요셉을 통해 이집트 고센 땅에 머물렀던 이스라엘 백성은 약 40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바로 그 땅에서 극심한 핍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런 극단적 상황에 모세가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결국 아들을 작은 갈대상자에 실어 나일강에 띄우기로 결정합니다. 엄마 요게벳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마도 자신이 대신 죽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극단적 혼돈과 어둠 앞에 이 가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들을 이곳에 보낸 하나님께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무기력하게 아들을 나일강에 띄울 뿐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수상 교통수단인 배에는 그 규모나 재질과 상관없이 동서고금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력’이고 두 번째는 ‘키’입니다. 그런데 모세를 띄웠던 갈대상자에는 이 두 가지가 없습니다. 당장에 물에 떠 있다지만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으며 방향을 선회할 수도 없습니다.
갈대상자는 ‘희망처럼 보이는 또 다른 절망’입니다. 만일 이 갈대상자를 하나님이 움직이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님은 기막힌 방법과 타이밍으로 모세를 파라오의 공주에게 연결했습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시면서 극단의 절망이 가장 위대한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런 원리는 또 다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노아의 방주’입니다. 놀랍게도 히브리어로 ‘갈대상자’(출 2:5~10)는 ‘테바’라고도 읽는데, 이와 똑같은 단어를 ‘방주’(창 6:14)라는 단어에도 동일하게 사용했습니다. ‘어떤 것도 시도할 수 없는 채로 그저 물 위에 떠 있기만 한다’라는 의미에서 갈대상자와 방주는 똑같은 처지입니다.
우리의 인생과 삶도 같은 처지가 아닐까요. 우리는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참 열심히 살고 많은 기대와 꿈을 마음에 둡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신자는 우리 인생에서 테바의 메시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테바라는 기적의 상징물에 우리 시선을 두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아가게 하시고 방향을 틀어주셔야 합니다. 하나님이 상황과 시기를 조정하셔서 공주에게 닿게 하셔야 합니다. 하나님이 그 큰 방주를 하나님의 때에 아라라트산에 닿게 하셔야 합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묵상하며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고 이끌어 가심을 믿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가장 안전하고 견고하게 세워질 것입니다.
다수의 신학자는 구약성경의 테바가 신약성경의 교회로 수렴된다고 해석합니다. 헬라어 ‘에클레시아’는 ‘불러 모으다’라는 뜻으로 ‘주께서 불러 모으신 사람들의 모임’을 뜻합니다. 이들의 역할은 세상을 빛으로 밝히고 소금으로 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통치와 이끄심을 사모하고 신뢰하여 테바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테바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도 하나님 때문에 건짐을 받은(구원을 받은) 위대한 테바를 사모하고 우리도 테바가 되어 세상을 밝히는 꿈이 불일 듯 일어나시기를 기대합니다. 테바의 사명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김진오 잠실한빛교회 목사
◇잠실한빛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으로 제자를 양육하며 다음세대를 키우는 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김진오 목사는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으며 2011년부터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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