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만남은 당초 지난달 30일에 예정됐다 연기된 것이다. ‘추석 민생 대응’ 때문에 연기했다지만, 당시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으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시하자 이에 반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연기됐을 것이란 해석이 있었다. 뒤늦게나마 대통령과 당이 화합의 자리를 가진 건 다행이다. 90분간의 회동에선 여야 관계나 국정감사, 대통령의 체코 방문 등을 놓고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 현안인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등이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회동했지만 만남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문제를 놓고 여권이 며칠 내내 불협화음을 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 대표는 만찬 전후로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거부했고, 결국 이날 만찬에서 독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당내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는 독대 요청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걸 놓고서도 볼썽사납게 싸우기도 했다. 기왕 회동이 잡힌 상황에서 잠시 시간을 내 독대를 하면 어떻고, 또 독대 요청한 게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옥신각신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의 두 축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정치의 기본 중 기본인 소통 문제로 티격태격한 것 자체가 한가롭게 비칠 따름이다. 한 대표가 만찬 뒤 대통령실에 조속한 시일 내 독대 기회를 달라고 재요청한 만큼 속히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틈날 때마다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야 국정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 대통령이 총리와는 매주 독대하면서 여당 대표와 따로 만나는 걸 꺼릴 이유는 없다. 앞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독대든, 전화든 더 자주 소통하기 바란다.
아울러 종종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여권 내 1인자와 2인자가 너무 자주 삐걱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의·정 갈등 해법 외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놓고서도 갈등을 벌였다. 행여나 이런 갈등이 수직적 당정 관계의 연장선이거나 차기 대권을 의식한 차별화 의도에서 빚어진 게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바닥이고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에서 그런 의도로 힘겨루기를 하는 건 공멸하는 길이다. 양측이 이제라도 마음을 모으고, 충분한 소통을 통해 보다 안정감 있는 국정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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