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4년6개월 만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피벗(pivot)’에 나서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3.50%)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50% 포인트로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FOMC 위원들의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을 기존 5.1%에서 4.4%로 내려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예고했다. 이는 오는 12월까지 두 차례 남은 FOMC 회의에서 최대 0.5% 포인트까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 진입한 상황에서 고용 둔화와 경기 침체를 우려해 과감한 빅컷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둔화세가 이어졌고, 지난달에는 2.5%로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견고하게 확장하고 있다. 실업률이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었고 고용·물가의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빅컷 단행에 대해 “우리는 경제와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피벗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9월 4.50%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금리를 올해 6월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현행 기준금리는 3.65%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3일 유럽 지역 재무책임자 회의에서 “경제에 큰 타격이 있으면 다음 달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한때 5.0%까지 올렸던 금리를 지난 6월부터,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5.25%까지 인상했던 금리를 지난달부터 내렸다. 스위스국립은행은 지난 3월 서방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오는 26일에도 인하가 예상된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일본은행만 유일하게 금리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8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를 지난 3월 해제한 데 이어 7월에 두 번째 인상을 단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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