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31)씨는 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화면을 넘기며 쇼츠(짧은 분량의 영상)를 보고 있었는데, 크리에이터가 불법 도박을 하거나 해외 유흥업소에서 여성 도우미와 술을 마시는 내용의 라이브 방송이 갑자기 뜬 것이다. 모두 이씨가 구독하지 않은 생소한 채널이었다. 이씨는 이런 라이브 방송 화면이 뜰 때마다 오른쪽 위의 ‘채널추천 안 함’ 버튼을 눌렀지만 관련 영상은 계속 눈에 띄었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세로형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가 논란을 낳고 있다. 쇼츠를 넘기다 보면 화면에 뜨는 해당 방송을 통해 선정적이고 유해한 내용이 걸러지지 않은 채 광범위한 이용자에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지난해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츠 영상이 인기를 끌자 세로로 찍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라이브 방송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용자는 이를 시청하며 슈퍼챗과 슈퍼스티커, 채널 멤버십 구독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이 같은 포맷을 통해 이뤄지는 라이브 방송의 내용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방송에서 바카라, 고스톱 등 불법 도박 장면이나 동남아 지역 룸살롱 현장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되고 있어서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시청자 후원을 유도하기 위해 기괴한 분장을 하거나 시청자의 엽기적인 요구 등을 들어주기도 한다. 많은 시청자가 의도치 않게 이런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게 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재 유튜브는 라이브 방송 추천 알고리즘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측은 유해 라이브 방송 제재 대책을 묻는 질문에 ‘고객센터 사이트에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참고하라’는 취지로 답했다. 가이드에는 ‘유해한 콘텐츠를 올리면 크리에이터의 권한 정지부터 계정 해지까지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기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두 사후 대책뿐이다.
해외에 본부를 둔 유튜브는 방송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일부 문제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유해 콘텐츠 지정을 요청할 순 있지만 유튜브 측이 영상 삭제 거절 시 강제할 권한이 정부엔 없다.
전문가들은 유해 콘텐츠 제재를 위해 유튜브 등 플랫폼을 강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1일 “플랫폼 운영자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노출했을 때 징벌적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유해 콘텐츠를 방치할 경우 플랫폼에 상당히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법을 마련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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