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세 번째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며 “불화와 분열이 치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절반이 아닌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며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연설 도중 즉흥 발언에서 선거 사기 주장을 반복하고,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는 등 기존의 대결적인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가 전체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무소속이든, 백인이나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이든 여러분 모두에게 충성과 우정의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피격 사건 직후 한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매우 강력한 연설을 준비했지만 버렸다. 나라를 하나로 모을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실제 트럼프 캠프가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는 “정치가 우리를 갈라놓는 시대, 우리는 모두가 동료 시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등 표현이 담겼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본에 없는 즉흥 발언에서 특유의 거친 언사를 사용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이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했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민자를 ‘범죄자’ ‘정신질환자’라고 부르는 막말도 되풀이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잘 지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임기 첫날 ‘전기차 의무’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공장은 미국에 건설되고 우리가 운영할 것”이라며 “그들(중국 등 다른 나라)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100~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만,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의 망령이 커지고 있다”며 “현 정부가 야기한 모든 국제 위기를 끝내고, 평화와 화합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은 92분간 진행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분열적인 언사로 통합을 이야기했다. 민주당이 가장 바랐던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트럼프는 (총격 사건 전후로) 달라진 게 없다”며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은 최고조로 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출마 재고 쪽으로 기울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 ‘후보 사퇴’라는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유세를 중단하고 델라웨어에서 격리에 들어간 바이든 대통령도 거취 문제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판은 요동칠 전망이다.
밀워키=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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