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8일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결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은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에 관한 것이고, 민법·가족법상 ‘배우자’ 의미와 범위를 규정하는 사안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법 규정을 확대 해석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입법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것과 민법상 ‘배우자’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동성혼 인정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취지다. ‘동성결합’을 사실혼 관계 성립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동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봤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은 피부양자 자격 조건으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두고 있다. 여기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두터운 사회보장을 위해 내부 지침을 두고 사실혼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이성결합)에는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배우자에 동성 동반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이 이뤄졌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이동원 노태악 오석준 권영준 대법관은 “다수 의견은 ‘동성 간 결합’과 ‘이성 간 결합’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왜 두 집단이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 논증을 회피한 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동성 결혼 법제화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위 법관을 지낸 한 원로 법조인은 “사실상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길을 열어줬다”며 “입법으로 정해야 할 사안을 법원이 법 규정을 확대 해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법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이은경 변호사는 “판사들이 시대 흐름을 좌우하고 국민을 선도하려는 생각이 지나친 것 아닌가 싶다”며 “국민에게 더 토론하고 논의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수 의견 대법관들도 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서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동일시한다면 더 중대한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다른 법 해석에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령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 해도 입법이나 헌법 재판으로 교정할 문제”라고 했다.
기독교 시민사회단체는 “상속제도, 국민연금보험과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에도 동성결합 상대방을 포함·적용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어 사회 혼란을 초래할 게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형민 최경식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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