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입원제 전 세계 韓·中·日 3개국 뿐… 대만 ‘행정입원’ 대안될까

선진국 정부·법원 직·간접 개입
대만, 가족·경찰의한 2가지 입원서
2007년 법 개정 ‘행정입원’ 일원화


불법 감금 등의 폐해가 반복되는 보호입원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만 있는 제도다.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을 부여한 곳이 동북아시아 3곳뿐이란 얘기다.

선진국들은 정부나 법원이 강제입원 절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환자의 자의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강제입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과정에서 가족 대신 정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중·일과 다른 국가 주도의 강제입원제를 실시하는 대만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대만에서 강제입원 결정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에서 한다. 대만은 1990년 제정된 정신위생법에서 강제입원 유형을 ‘가족의 협조를 통한 입원’과 ‘경찰의 조치를 통한 입원’ 등 두 가지로 구분했다. 정신장애인의 가족도 강제입원 과정에서 일정한 권한을 행사했던 셈이다.

하지만 대만은 가족 주도의 강제입원 폐해를 확인한 뒤 2007년 정신위생법 개정을 통해 강제입원을 행정입원으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대만에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려면 우선 별도 심사기구인 정신질환 강제 감정 및 강제지역사회치료심사회(심사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요건도 까다롭다. 정신질환이 있는 중증 환자가 자·타해 행위나 위험이 있어야 하고, 2명 이상의 지정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면서 심사회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만 60일 내의 강제입원이 이뤄진다.

심사회는 정신과 전문의, 환자권익보호단체 대표, 법조인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서류를 심사해 입원을 결정한다. 심사회의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법원에 입원 중단 청구를 할 수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가족 가운데 의무적으로 보호인이 지정되던 부분도 수정됐다. 정신장애인은 가족과 친구 등 여러 사람 중에서 보호인을 선택할 수 있다. 대만에서 가족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있어 조력자 역할만 담당한다.

대만은 2022년 정신위생법을 한 차례 더 개정해 행정입원 형태로 이뤄지던 강제입원에 ‘사법입원’의 성격을 더했다. 핵심은 의사와 판사, 환자권익옹호단체 대표가 함께 결정하는 참심원 제도를 통해 강제입원의 책임 주체를 다양화한 것이다. 개정된 정신위생법은 올해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은 2013년 정신건강법 개정을 통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를 표면적으로 폐지했다. 하지만 보호의무자는 ‘가족 등’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면서 사실상 보호입원제가 여전히 유지 중이다. 중국도 정신위생법상 정신질환자가 자해행위를 하거나 자해의 위험이 있으면 ‘감호인’의 동의하에 강제입원이 이뤄지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감호인은 정신장애인의 보호자 역할로 배우자, 부모, 성년자녀 등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사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19년 보고서에서 “입원 과정에서 가족의 개입을 배제한 대만의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할 제도”라고 했다.

관련 논문을 집필한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는 대만과 같이 국가가 관리하는 게 당연하고, 그게 국제적 표준”이라며 “우리 정부도 더는 가족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강제입원에 있어 국가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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