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전 ‘동료지원쉼터’ 치유·회복… 예산·공간 더 확보해야

[보호입원이란 이름의 불법감금] ④ 강제입원 대신 회복 지원을 <끝>

서울 송파구 송파동료지원쉼터에 9일 정신적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머무르며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거실 소파에는 이전 이용자들이 다음에 올 사람들의 회복을 바라며 놓고 간 인형이 놓여 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료지원쉼터. 3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주방과 거실, 침실이 갖춰져 있었다. 거실엔 TV와 간단한 운동기구도 구비돼 있었다. 침대 옆 벽면과 거실엔 쉼터 근무자와 24시간 어느 때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연락할 수 있는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동료지원쉼터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26년 1월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서울 관악구와 송파구, 경기 안양시 3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은 정신적 위기를 겪는 사람에게 1인 1실 공간을 최대 15일까지 제공한다. 의사의 진단서도 필요 없다. 그동안 정신장애 서비스는 비자의적인 정신병원 입원과 약물치료에 집중됐다. 이와 달리 이 서비스는 지역사회 안에서 당사자의 자발성과 회복지향적 치료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신석철 송파동료지원쉼터 센터장은 “해외에선 입원치료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 당사자가 살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을 만드는 추세”라면서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지역사회 안에서 상담받으며 회복하고 일상으로 바로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시간 근무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이용자 침대 옆에 붙어 있는 모습.

동료지원쉼터는 당사자 간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동료지원쉼터 3곳에는 정신질환이나 위기를 경험한 이들이 절반 이상 근무한다.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이들로 꾸려진다.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이른바 ‘경험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쉼터에 머물면서 언제든 정신질환이나 우울증 회복에 필요한 요청을 할 수 있다. 이한결 송파동료지원쉼터 부센터장은 “마음이 힘들 때 친구한테 ‘오늘 너희 집에 가서 자도 되냐’고 묻는 개념을 공식적인 정신건강 복지 영역으로 끌고 온 것”이라며 “쉼터 입소자가 새벽에 갑자기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근무자와 함께 시청하고,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하면 동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근무자는 쉼터 이용자를 위해 24시간 내내 쉼터 인근에서 대기한다. 이들은 쉼터 입소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머물지 않고 자립을 도와주는 일까지 맡는다.

동료지원쉼터는 정신적 위기를 겪는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은현(가명)씨는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폐쇄병동에 입원시키면서까지 치료받도록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가족과 함께 지낼 경우 돌발 행동 등으로 갈등이 커지는 게 우려됐다.

이씨는 딸이 잠시 머물며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 쉼터를 찾게 됐다. 이씨 딸은 쉼터에서 상담을 받으며 안정을 취했다. 이씨는 “쉼터는 제 딸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우해준 고마운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관악동료지원쉼터를 이용한 김건영(가명)씨는 퇴소 후 자립의 꿈을 이뤘다. 김씨는 “정신질환으로 가족과 갈등이 잦았고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하루는 어머니가 집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며 “쉼터에 입소한 뒤 누적된 정신적 상처를 회복했고 자립 준비도 했다. 운 좋게도 복지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따로 살 수 있는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책적 지원과 예산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 3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어서 비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 공간이 부족해 쉼터당 1명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설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제시하진 않았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동료지원쉼터의 연간 예산은 쉼터당 1억5000만원. 쉼터별 직원(통상 4명) 인건비와 쉼터 임대료, 운영비 등으로 쓰인다. 빠듯한 예산 탓에 송파동료지원쉼터는 지난해 상반기 아예 운영을 하지 못했다. 관악동료지원쉼터는 지난해 쉼터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장 내년도 예산에 쉼터 운영비가 반영될지 불확실하다. 이은미 관악동료지원쉼터 팀장은 “지난 1월 복지부로부터 예산 지급이 지연돼 입소 희망자 한 명이 계속 대기하다 결국 입원했다”며 “돈이 없어 쉼터에서 사람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쉼터 공간을 마련하고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쉼터 근무자들이 직접 쉼터로 쓸 건물을 찾고 임대인을 설득해 공간을 빌려 쓰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송파동료지원쉼터의 경우 올해 말 임대 계약이 만료된다. 현재 임대인은 정신질환자들이 오가는 게 싫다며 쉼터 측에 퇴거를 요구한 상태다. 이 부센터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공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유석 관악동료지원쉼터 부센터장은 “원활한 쉼터 운영을 위해서는 입소자가 머무는 공간과 근무자가 일하는 공간이 분리돼 있으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도우면서 돌발 상황 발생 시 근무자가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쉼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관악동료지원쉼터는 현재 별도 사무공간이 없다. 근무자들은 근처 카페에서 대기하는 실정이다.

글·사진=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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