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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노동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와 노동계 간 내년도 최저임금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그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양측은 최초 요구안을 낸 지 2시간 만에 1차 수정안까지 제시했다. 겉으론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인상률 격차가 워낙 커 진통이 불가피하다. 경영계는 시간당 9860원 동결 주장에서 0.1%(10원) 인상률을 제시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데 비해 노동계는 고물가 등을 이유로 27.8% 오른 1만2600원을 주장했다가 1만1200원으로 인상률을 13.6%로 조정했다. 1차 수정안인 13.6% 인상률 자체도 높지만 선심 쓰듯 최초 요구안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건 그동안 매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협상을 해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그동안 노동계가 제시해왔던 고물가 등에 따른 적정 생계비 인상 주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노동계의 인상안이 관철되면 당장 노동자 입장에선 좋을지 모르나 경제 전반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찮다. 파이터치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폐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증가 시 종업원 1~4인 기업의 폐업률은 0.7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노동계의 13.6% 인상률을 곱하면 폐업률이 10.5%로 9만6000곳이 문을 닫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이미 문재인정부 초기 2년간 29.1%나 올리는 바람에 생긴 후유증으로 자영업자들의 임금 지급 능력은 한계를 드러내는 등 자영업 몰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13.7%로 무려 300만명이 넘었는데, 이 가운데 숙박·음식업종은 37.8%나 된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가 빌려준 대출도 갚지 못해 폐업조차 못 하는 마당에 노동계 인상률 관철은 이중 형벌과 다름없다. 그 결과는 일자리 감소와 물가 인상 등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상생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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