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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따라하기는 이제 그만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끔 회사 앞 여의도공원을 산책한다. 산책로는 인근 직장인들로 늘 붐빈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면 2.82㎞, 조금 빠르게 걸어 30~40분쯤 걸린다. 햇볕이 따갑거나 천천히 걷고 싶으면 안쪽 길을 걷는다. 야외무대 뒤 자연생태의 숲에 들어서면 우거진 나무와 풀, 연못이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달 중순 한국산업은행 앞 공원 나무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땅은 파헤쳐져 있었다. 나무를 바꿔 심나 하곤 그냥 지나쳤다. 며칠 지나 다시 그 앞을 지나는데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 상공에 지름 22m의 계류형 가스 기구 ‘서울의 달’을 띄운다는 내용이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매력거점 조성 사업,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보도자료도 나왔다. 15분 타는 데 성인 기준 2만5000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걸 만드는 데 32억원 정도 들어갔다.

여의도공원 한강 쪽에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는다고 해 마음이 불편하던 터였다. 원래 문래동에 짓기로 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해 후보지를 바꿨다. 자연에 가까운 공원을 구상해보기는커녕 25년간 자리 잡은 나무들을 굳이 베어내고 건물을 짓겠다니. 아무리 멋진 건물을 짓는다고 나무만 할까. 공원의 푸르름 위로 덩그러니 떠 있는 허여멀건 한 기구가 영 마뜩잖다.

기구 운영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모여들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12만8000명이 이용하면 본전은 나온다. 정원이 30명이니 4266번, 하루 8시간 운행하면 133일 걸린다. 날씨와 다른 변수를 고려해도 3~4년이면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용자 평가가 문제인데 SNS에 사진 한 장 올리기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줄 것 같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하듯 계류형 기구 설치에 나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하다.

전국의 산, 강, 해변 등에 설치·운영 중인 공중 보행 시설은 현재 총 349개다. 이 중 출렁다리는 2023년 기준 15개 시·도에 238개다. 2018년 160개에서 5년 새 78개 더 생겼다. 기초단체 수 226개보다 많다. 환경 훼손 우려도 크지 않고, 적은 건설 비용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고 알려지자 계곡과 호수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차별성을 위해 ‘Y’자형으로 만들기도, 긴 거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올해 안에 강원도 춘천과 고성, 경기도 여주 등에도 생긴다. 스카이워크, 전망대, 케이블카, 잔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마다 건설했거나 설치 여부를 타진 중이다. 제주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달리한 온갖 길이 전국 곳곳에 뚫렸다. 파크골프 인구가 늘어난다고 하니 모두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어떤 기초단체는 멀쩡한 산을 밀어버렸다. 무슨 무슨 숲이 관심을 끌자 기존 숲을 갈아엎고 다른 나무나 풀이 자라지 못하게 약을 치면서까지 편백숲을 만들고 있다는 기초단체도 있다.

효과는 ‘반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1년 발표한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출렁다리 집객 효과는 1년간 정점을 보이다가 점차 감소해 7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자랑하듯 내놓는 경제유발 효과도 같이 없어진다.

지자체의 신규 산업단지 성격이나 각종 정책도 출렁다리와 다르지 않다. 특색도, 차별성도 내놓지 못하면서 관광객은 오지 않고 청년들은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고 푸념한다. 명소는 토목공사나 시설 건축으로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도 멀리 보고 기획해 꾸준히 시행해야 효과를 거둔다. 4년 동안의 치적에만 관심 기울이지 마시라.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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