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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토종 유전자 치료제, 국내서 꽃피우게 하자


서울대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는 선천성 망막질환을 진단·치료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의사로 통한다. 전국 병의원에서 해당 질환이 의심되면 “서울대병원에 가 보라”며 진료 의뢰서를 써준다. 선천성 망막질환은 대부분 신생아 시기에 빠른 진단과 수술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점차 시력을 잃어 결국 실명에 이른다.

김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3년 전 소아 실명의 주원인인 선천성 망막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차세대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돌연변이 질병 유전자를 효소 복합체로 잘라내 교정하는 첨단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원천 기술이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 기술의 충분한 효과성을 확인하고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준비했다. 힘들게 자신을 찾아온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완치의 희망을 심어줬다.

그런데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과 까다로운 규제에 막혀 여태 임상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체내에 유전자 교정 약물을 운송할 환자 맞춤형 전달체 개발에만 25억~30억원이 든다. 또 당국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으려면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전달체로 동물실험을 다시 진행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데, 그사이 아이들은 시력을 잃어가고 가족들의 희망 고문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자 단체와 함께 정부와 관련 기관, 국회 등에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마땅한 지원 루트를 찾지 못했다. 실명을 막을 기술이 있어도 임상에서 막혀 아이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연구진이 오죽했으면 해외로 눈을 돌렸을까. 김 교수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고 외국에서의 임상시험 진행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진료 본 아이들이 눈에 밟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 임상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국내 환아들이 혜택을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유전자 치료는 10대 미래 바이오 유망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2020년 이후 올 4월까지 총 20개, 일본은 13개(6개는 자국 제품)의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초창기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신약을 최초로 승인했다.

이처럼 해외에선 유전자 치료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으로 상용화 제품을 속속 내놓는데, 한국은 비용 장벽과 각종 규제, 투자 부족 등으로 임상 진입조차 못한다. 최근 4년간 허가된 국산 유전자 치료제는 하나도 없다. 한 의학자는 “미국 등은 신속개발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개발을 가속화하는데 국내는 너무 조용하다”고 했다. 연구자뿐 아니라 일부 바이오 기업도 국내 투자 유치, 임상시험 인허가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유전자·세포 치료 등 첨단 재생의료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지원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현재 제도로는 유전자 치료제같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에 집중 투자가 힘들다. 최근 첨단 재생의료·바이오법을 개정해 내년 2월부터 임상 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유효성·안전성이 확보된 기술은 환자 치료에 적용토록 했으나 막대한 임상연구비용 지원에 대한 내용은 쏙 빠졌다. 보완된 법도 1% 부족해 보인다.

유전자 치료제는 범정부 차원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예산 배정은 물론 도전 과제의 기획, 선정, 관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신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부디 토종 유전자 치료 기술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꽃피워서 한국의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 우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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