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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 풍경에 시간도 잠시 쉬어간다

중국 후난성 봉황고성·부용진

명·청 시대 옛 풍경을 간직한 중국 4대 고성 가운데 하나인 펑황구청 난화교에서 바라본 퉈장 주변이 휘황찬란한 조명을 받아 화려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 여행지로 꼽히는 장자제(張家界)의 인기는 그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중국 4대 고성 가운데 하나인 펑황구청(鳳凰古城)과 푸롱전(芙蓉鎭)이 기다리고 있다. 장자제 도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펑황구청은 한국 기준으로는 꽤 멀지만 중국에서는 ‘같은 관광권역’으로 묶이는 ‘근교 여행지’다.

장자제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욕심내는 근교여행지 1순위인 펑황구청은 후난성(湖南省) 샹시투자족먀오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의 서남부 펑황현(縣)에 위치한 중국 국가지정 4A급 풍경구이자 중국 국가급 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마을이다.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먀오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들이 전통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봉황’이란 지명의 유래는 두 가지다. 마을 뒤쪽 산이 날개 펼친 봉황을 닮아서 붙여졌다는 이야기와 도시에 성을 쌓을 때 산 정상에서 봉황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이다. 마을 동쪽과 북쪽에 오랜 역사의 성루가 남아 있어 ‘고성’이 붙었다. 펑황구청은 명나라 때인 1556년 건설되기 시작해 현재 명나라와 청나라 때 고건물 120여 채와 전각 30여 채 등을 지니고 있다. 1704년에 축조된 성은 여전히 기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기둥과 불가침 동맹을 재현한 푸롱전 공원.

고성이 유명해진 것은 이곳 출신으로 중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소설가 선충원(沈從文)의 1934년 발표 소설 ‘변성(邊城)’ 덕분이다. 1988년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한 그는 소수민족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소설에서 봉황고성 일대를 아름답게 묘사했다.

고성은 낮에 보는 고즈넉한 풍경도 멋지지만 밤에 180도 변신하는 화려한 야경이 압권이다. 퉈장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형형색색 조명으로 빛을 밝히고 화려함을 자랑한다. 강에 드리워진 휘황찬란한 반영도 풍경을 더한다.

거대한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고성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홍차오(虹橋)다. 고성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강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고성의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홍교 바로 뒤에는 난화(南華)교가 자리한다. 현대식 교각으로 그 규모와 높이가 꽤 크고 높아 교각 위에 서면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불을 밝힌 강과 주변 건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의 징검다리도 명물이다. 당나라 때 조성된 뒤 1704년 개축된 이 다리는 과거 펑황의 유일한 출입구로였다. 징검다리가 물에 떠밀려 내려가자 기존 징검다리 하류에 66개의 돌로 건너뛰기 쉬운 징검다리로 조성됐다.

푸롱전 강변 벼랑에 새겨진 ‘초촉통진’.

후난성 서쪽 융순(永順)현의 작은 마을 푸롱전은 중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옛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을의 역사는 기원전 20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전 소수민족 투자족 왕조의 행궁이 있었다. 본래 ‘왕이 사는 마을’이란 뜻 ‘왕춘(王村)’이었다.

마을 이름이 바뀐 것은 중국 근대소설가 구화(古華)가 1981년 발표한 소설 ‘부용진’의 영향이었다. 문화대혁명에 휩쓸린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1986년 영화로 제작됐고 영화가 유명해지면서 촬영 장소인 이 마을도 주목받으며 관광지로 떠올랐다. 2007년 지명을 ‘부용진’으로 고쳤다. 영화는 1989년 한국에서도 상영됐다.

쌀두붓집 등 ‘부용진’ 영화 무대인 푸롱전 골목.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안내판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의 주요 유물로 텅 빈 구리기둥 ‘시저우통주(溪州銅柱)’가 있다. 아래는 둥근 모양이고 위는 팔각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둥의 8면에는 2600자 이상의 글이 42줄로 새겨져 있다. 1961년 첫 국가 중점 보호문물로 등록됐다.

기둥이 세워진 데는 사연이 있다. 1000년 전쯤 투자족이 살던 시저우 일대를 다스리던 펑시초우(彭士愁)가 초나라 왕 마시판(馬希范)에 패하고 평화협상을 하면서 상호불가침을 약속하고 그 증거물로 세웠다. 구리 5000근으로 기둥을 만들고 기둥에는 전쟁과 평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새겼다.

후난성의 옛 마을 푸롱전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마을 가운데 흘러내리는 거대한 폭포와 절벽 위 전통 가옥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을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약 60m의 높이에서 40m 폭으로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와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위에 자리를 잡은 전통가옥들의 이색적인 모습이다. 폭포는 2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며 장관을 이룬다.

폭포가 흐르는 물줄기는 옛 초나라와 촉나라가 활발하게 교유하던 통로다. 중국 명나라 때 화가이자 시인 탕보우(唐伯虎)가 강변 벼랑에 새겼다는 ‘추수통진(楚蜀通津)’이 그걸 증명한다.

여행메모
중국 장자제에서 열차·버스 이용
영화에 등장한 푸롱전 쌀두부 별미
펑황현 관내 관광지들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펑황구청은 후난성의 주요 관광지인 덕에 소수민족 자치주의 현으로는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장자제·지서우~화이화로 이어지는 장지화이고속철도가 지나고, 서남쪽 30㎞ 지점에는 퉁런펑황공항이 있다. 열차를 이용한다면 장자제에서 지서우까지 간 다음 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닿는다. 펑황 관내의 관광지들을 연결하는 펑황 관광철도에는 자기부상열차가 다닌다.

푸롱전은 장자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운행되는 데다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돼 장자제에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푸롱전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은 쌀두부다. 중국 어느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면서 푸롱전의 상징이 됐다.

중국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의 일일투어를 이용해도 된다. 장자제에서 푸롱전, 펑황구청까지 전세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투어는 영어와 중국어로 진행된다.

트립닷컴이 서비스하는 한국어 인공지능(AI) 챗봇 ‘트립지니’를 문자와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펑황·융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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