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탄핵청원 청문회’… 1시간 만에 처리한 정청래

여당 “법대로 아닌 멋대로” 퇴장
탄핵 직결 안돼… 정치행위 분석
“극단 피하려면 제도적 자제 중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안건이 가결됐다고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 취지의 의사진행발언을 한 뒤 안건 심사 직전 퇴장했다. 이병주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동의청원을 이유로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해당 청원은 현직 대통령 탄핵 이슈와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은 청원에 올라온 일반 국민의 탄핵 요청글에 따라 전례 없는 일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개최는 물론이고 증인 채택 역시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한 뒤 청문회 실시 계획과 증인 채택 등 안건을 처리했다. 여당 의원들이 탄핵안 청원 사유부터가 법리에 맞지 않는 ‘코미디’라며 반발했지만 정 위원장은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표결에 부쳤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한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 위원장은 “됐다”며 이를 묵살했다. 이에 송 의원은 “여기가 초등학교 학급회의가 아니지 않으냐”고 항의했다. 반발하는 여당 측을 향해 정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퇴장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자 정 위원장은 “동어반복이 계속되고 있다”며 “토론이 충분히 이뤄져 국회법에 따라 표결로 토론을 종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대로가 아니라 멋대로”라며 퇴장했다.

오는 19일과 26일로 예정된 이번 청문회가 바로 윤 대통령 탄핵 문제로 연결된 건 아니다.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탄핵 사유를 따져묻겠다는 취지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청문회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는 것까지가 법사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청문회를 연다고 해서 이후 특별한 ‘액션’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여권은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 참모 등을 국회 증언대에 세워 ‘망신주기’를 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불법적 청문회이기 때문에 증인들이 출석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실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려면 야당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번 청문회 결과가 본회의에 보고되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 ‘정치적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본회의에서 ‘결의안 채택’ 정도가 그나마 가능한 수준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에 존재하는 공백을 모두 활용해서 당파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결국 극단적 싸움으로 귀결된다”며 “‘제도적 자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해서 정치적으로도 문제없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에 있다는 이유로 모든 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통령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를 민주당이 비판할 수도 없게 된다”며 “모든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김판 송경모 이동환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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