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석탄 퇴출 움직임인데… 한국은 3위 수입국 부상

2년 새 4계단 ↑… 中·인도 뒤이어
美 제재속 국내도 원료 수급 충격
강대강 대치… 공급망 다변화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한·러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규모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 중지에 나선 반면 한국의 석탄 조달처는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서 2022년 7위였던 순위가 2년 새 4계단이나 올랐다.

9일 핀란드의 싱크탱크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2022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세계 각국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세계 3위로 집계됐다. 중국(45%)과 인도(17%)가 나란히 1, 2위였고 2022년 이전까지 3위였던 일본은 러시아산 비중을 크게 줄여 9위로 내려왔다. CREA는 “러시아가 석탄 수출로 하루 평균 6000만 유로(약 89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산 석탄은 호주 등 다른 석탄 생산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국내에서 발전 분야는 물론 철강·시멘트 등 여러 산업에 쓰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탄 수입액은 총 44억2700만 달러(21.9%)로 호주(37.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서부·남동·남부·동서·중부발전)도 석탄 발전에 러시아산 비중을 20%로 유지해 왔다.


반면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선 러시아산 석탄 퇴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석탄은 석유 천연가스와 함께 러시아의 주요 자금줄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규모는 약 337만t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대신 캐나다와 콜롬비아산 석탄 수입을 각각 12%, 27% 늘렸다. EU는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도 지난 2월 러시아 최대 석탄회사인 시베리아석탄에너지(SUEK) 등을 제재 대상(SDN) 리스트에 올렸고, 지난달엔 러시아 석탄 기업 엘가(ELGA), 콜스타 등을 추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산 석탄 수입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경로도 하나둘 막히는 형국이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국내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거래까지 제재)으로 적용되면서, 올해 1~5월 국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9% 급감했다. 일부 발전 공기업은 최근 러시아 SUEK 등에서 석탄을 들여오지 못해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을 상대로 대체 원료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발전 비중의 약 28%를 석탄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 정세 변화가 발전 원료 수급에 충격을 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가까워지면서 한·러 관계는 강대강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러시아의 ‘에너지 원자재 통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러 관계 및 글로벌 제재 양상에 따라 석탄 수급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어서 향후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품질이 좋은 러시아산 석탄을 공공과 민간 영역이 모두 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러 수입 의존도를 낮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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