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운전자 차모(68)씨가 평소 몰던 버스 페달과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페달 모양이 서로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경력 40년의 버스기사인 차씨가 버스와 승용차 페달을 혼동해 페달을 잘못 밟았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 차량과 차씨가 몰던 버스 페달 조사 결과 등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류 서장은 “버스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모두 오르간 페달이지만 사고 차량은 가속 페달만 오르간 페달이었다”고 밝혔다. 오르간 페달은 하단부가 차체 바닥에 고정된 형태다. 다른 페달보다 피로도가 덜해 장시간 운전하는 버스나 대형 차량에 주로 탑재된다. 류 서장은 “G80의 가속 페달이 오르간 페달과 외견상 유사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씨는 “과속이 시작되자마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차씨는 지난 4일 1차 피의자 조사에서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세종대로18길이 일방통행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평소 사고 지점 부근에 대한 지리감이 있었으나 직진, 좌회전 등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고도 했다. 사고 발생 인근 도로 상황을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일방통행로인 줄 몰랐다는 뜻이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이 담겨 있었다.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빠져 나와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행로로 안내한 것이다. 그러나 차씨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무시하고 일방통행로로 들어선 뒤 인도를 들이받았다. 류 서장은 역주행 당시 차씨가 경적을 울렸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클랙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씨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한 뒤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2차 피의자 조사는 10일 진행할 예정이다. 류 서장은 “일방통행로에 진입한 시점에서 차씨가 역주행을 인지했는지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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