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뒤 탈모 막는다… 냉각모자 효과 입증

혈관 수축돼 항암제 성분 영향 감소
치료 뒤 6개월 지나 모발 두께 증가

유방암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기 전 냉각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냉각모자는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의 열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항암 치료 환자에게 탈모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탈모 등 외모 변화 탓에 가정과 사회에서 고충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암 환자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과 피부 세포를 파괴하는 탓이다. 특히 유방암과 부인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파클리탁셀, 독소루비신,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도세탁셀, 에피루비신 등)가 탈모를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 치료 후 지속되는 탈모를 막는데 ‘냉각모자(쿨링캡)’가 도움 된다는 사실이 재차 입증됐다. 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암교육센터 조주희,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팀은 냉각모자 착용에 따른 지속 탈모 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을 국제 ‘임상종양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 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돌면서 두피의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12월~2021년 8월 유방암 1~3기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13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대상을 냉각모자군(89명)과 대조군(50명)으로 나누고 나머지 임상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며 냉각모자 착용 유무에 따른 지속 탈모 여부, 모발의 양과 굵기, 스트레스 정도를 비교했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간 냉각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간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구 기간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다. 연구팀은 항암 치료 전보다 모발의 양과 굵기가 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을 ‘지속 탈모’로 정의했다.

그 결과 대조군의 52%가 지속 탈모를 겪은 반면,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다. 항암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 대조군의 모발 두께는 치료 전보다 7.5마이크로미터(㎛) 줄어든 반면, 냉각모자군은 오히려 1.5㎛ 증가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 간 모발 두께 차이가 없었으나 치료 후 9.1㎛ 차이를 보였다.

항암 치료 종료 6개월 뒤 가발 착용도 냉각모자군에서 크게 줄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쓰는 환자 비율이 대조군(32%)의 절반 수준(17%)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모자군에서 유의미하게 낮았다.

안진석 교수는 8일 “냉각모자를 쓰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 치료 후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더 빨리 나고 더 굵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탈모는 환자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포함할 수 있어야 암 치료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암 환자를 위한 냉각모자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 등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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