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을 숨지게 한 차모(68)씨를 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조만간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중구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자 2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고 피해자는 사망 9명, 부상 6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차씨와 동승했던 아내, 보행자 2명, 차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이다.
사고를 낸 차씨는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에서 시내버스를 40여년간 운전한 기사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차씨 측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나온다고 해서 차씨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가림막을 씌운 채 사고 차량을 국과수로 옮겼다. 차량이 비를 맞으면서 사고 관련 증거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보통 1∼2개월이 걸린다.
경찰은 자동차 제조사에도 사고 조사에 관한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증거 훼손이 없도록 조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차씨는 사고로 갈비뼈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현재 말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정 과장은 “의사 소견을 듣고 피의자가 움직일 수 있을지 판단한 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방문 조사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차씨는 사고 현장에서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진행된 음주 검사와 마약 간이검사에선 모두 음성이 나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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