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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도매법인, 사기업·사모펀드가 야금야금

도매법인 최대 7% 수수료 보장 받아
업황 영향 없이 가격 상승 땐 고수익
도매가 올라도 생산자에 공유 안 돼


제철 과일 가격을 밀어올리는 복잡한 유통망, 경매를 통한 가격 결정구조는 약 40년간 답습돼 온 방식이다. 공영도매시장에서 청과회사(이하 도매시장법인)가 주도하는 경매는 당초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상호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민에게 과일을 받은 도매시장법인은 비싼 값에 팔수록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고, 중도매인은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수록 이익이다. 경매를 통해 절묘한 가격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노림수였다.

하지만 경매시장에서는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현시점에는 그 가격 결정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생산량이 감소해 경매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적어지면 가격이 오른다. 생산비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적은 공급, 많은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제철과일처럼 비싸도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경우엔 오름세가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배제시킨다. 경매로 도매가격이 올라도 생산자에게 이익이 공유되지 않는다. 제철과일처럼 싼값에 살 수 있을 것으로 고려되는 농식품을 비싸게 먹어야 하는 소비자 부담 또한 고려되지 않는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급등이 도매시장법인과 같은 소수의 이익으로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달라진 유통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도 제철 과일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대형마트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수급하기 위해 산지 직거래를 늘리면서 도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생산품이 감소하게 된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도매시장법인이 안정적으로 최대 7%의 수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황에 따라 농민과 소매상의 손익은 왔다 갔다 한다. 반면 ‘수수료 장사’를 하는 도매시장법인은 업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실제 과일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농민과 소비자는 모두 울상인데 도매시장법인은 고수익을 냈다.

도매시장법인을 상대하는 중도매인들도 불만이 적잖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새벽 경매를 끝내고 만난 중도매인들은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한 중도매인은 “예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는데 이제는 많이 오면 한두 명 올까 말까”라며 “한 번은 단골손님한테 왜 안 오냐고 했더니 식당을 폐업했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중도매인은 “과일 가격이란 게 올랐다 내렸다 해서 그런 거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 장사를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요즘엔 경기가 정말 안 좋다”고 토로했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도매시장법인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5대 법인(서울·중앙·동화·한국·대아청과)과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서부청과는 중견기업과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다.

현재 서울청과는 고려제강, 중앙청과는 태평양개발,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가 각각 대주주다. 강서농산물시장 도매시장법인 서부청과는 사모펀드 아이젠프라이빗에쿼티(아이젠PE)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철강, 건설, 사모펀드 등 농산물과 전혀 연관성 없는 곳이 도매시장법인을 갖고 있다.

농산물 업황이 어떻든 도매시장법인은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율 보장으로 농산물과 무관한 기업들이 적극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수익성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둔 기업들이 농산물 가격을 좌우하는 기형적인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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