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불났는데 안일한 대처…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화성 화재 참사]
리튬공장 안전 관리 ‘사각지대’

“비상구 최근 막혀” 생존자 증언
화재 초기 대피 ‘골든타임’ 놓쳐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25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여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발화 장소와 다수 피해자 발생 장소를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화성=최현규 기자

지난 24일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2층 출입구 두 곳 중 한 곳은 무용지물이었고, 사고 이틀 전 공장에서 불이 났는데도 안전 조치는 강화되지 않았다. 제조업체 아리셀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5일 아리셀 공장 화재 생존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불이 난 공장 3동 2층 출입구 중 1개는 화재 당시 배터리 완제품 상자들로 가로막혀 출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20대 생존자 A씨는 “2층에 원래 출입구가 2개 있었는데, 최근 1개로 줄었다”며 “한쪽은 아예 제품이 쌓여 있어서 사람이 나갈 수 없게 막혀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전모(45)씨도 “출입구는 하나뿐인 줄 알았다”며 “그 출입구로 나갈 방법이 없어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사고 이틀 전 발생한 화재 관련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리셀 공장에선 지난 22일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한 차례 발생했다. 아리셀 관계자는 “당시 화재는 (이번 화재와) 다른 현장에서 발생했고, 현장에 교육받은 작업자가 적절하게 조치해 진화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작업 환경과 제품 검수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을 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공개된 화재 당시 CCTV를 보면, 현장 근로자들은 화재 발생 초기 진화에 집중하면서 대피 ‘골든타임’을 놓쳤다. 직원들은 배터리 상자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흰 연기가 나자 불이 옮겨붙을 것을 우려해 주변의 제품을 치우고, 분말 소화기를 가져와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초 배터리 폭발 42초 만에 CCTV는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됐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법·중대재해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출입문과 비상구 모두 항상 개방해야 한다. 어기면 처벌 대상”이라며 “인허가 과정에선 문제가 없었을 텐데 업체에서 편의를 추구하다 보니 (구조가)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중대재해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사례”라며 “리튬배터리 공장 자체에 대한 유해성·위험 요인 평가가 전혀 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배터리공장 위기 대응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배치뿐 아니라 제조업체 내 기본적인 차단·경보 시스템이 모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일차전지는 그동안 화재 위험성이 적은 것으로 여겨져 별도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관련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용현 김승연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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