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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자 어산지, 美와 유죄협상… 14년 도피 끝내고 풀려난다

위키리크스 설립, 군사기밀 누설
영국서 석방 대가로 간첩죄 인정
‘참언론인 vs 관종’ 평가 극과 극

줄리언 어산지의 얼굴이 그려진 호주 멜버른의 벽화를 25일(현지시간) 한 관광객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립자로 미국의 군사기밀 수십만건을 누설한 줄리언 어산지(53)가 미 정부와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통해 자유의 몸으로 풀려난다. 미국의 안보를 해친 간첩인지, 언론 자유의 투사인지 끝없는 논란을 일으킨 지 14년여 만에 어산지는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24일(현지시간) 어산지가 수감 중인 영국 런던의 벨마시 교도소에서 석방되는 대가로 미국의 안보 자료를 불법 입수하고 공개한 간첩죄 혐의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도 엑스(옛 트위터)에 발표한 성명에서 “어산지가 1901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6월 24일 오전 벨마시 감옥을 떠났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미국 본토와 거리가 먼 서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석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AFP통신은 이날 어산지를 태운 비행기가 런던을 떠나 태국 방콕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중간 급유를 한 뒤 사이판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산지는 26일 오전 사이판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법적 절차가 종료되면 호주로 돌아갈 수 있다.

영국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서 출소한 어산지가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NYT는 “어산지는 이미 영국에서 복역한 기간에 해당하는 약 5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합의로 어산지가 2010년대 국가 기밀을 폭로한 혐의로 찬사와 비난을 번갈아 받으며 시작된 오랜 싸움이 막을 내리게 된다”고 전했다.

2006년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어산지는 2010년 미 육군 정보분석병 첼시 매닝이 유출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외교·군사 기밀 수십만건을 폭로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선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들이 훔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산지는 미국 군사기밀 유출 이후인 2010년 8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도망자’ 신세가 됐다. 2012년 반미 성향 에콰도르 정부에 망명을 신청해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 7년여간 피신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에콰도르 정부가 망명 허가를 취소하면서 곧바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가 광범위한 국가안보 문서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2019년 그를 18개 혐의로 기소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어산지는 최대 170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지만 이번 협상으로 자유를 얻게 됐다.

어산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지자들은 그를 정부의 잘못을 고발하는 용기 있는 언론인으로 봤지만 비판자들은 그가 명성에만 관심 있고 자신의 폭로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무지한 자기 홍보꾼으로 봤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언론 자유 명목으로 수천명의 미군·정보원 이름을 유출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어산지의 행위를 탐사보도의 한계를 벗어난 간첩 행위로 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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