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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청년 고용’ 공기업 절반 이상 채용 줄였다

32곳 중 18곳 작년 정규직 충원 감소
서부발전 등 7곳, 부채 줄어도 안뽑아
연공서열 임금 형태 부담… 개선 필요


지난해 공기업 32곳 중 18곳에서 청년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기업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국민일보가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공기업 32곳의 정규직 신규 채용 현황을 집계한 결과 강원랜드·한국가스공사·한국도로공사 등 18곳에서 지난해 만 19~34세 청년 채용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각 공기업은 2017년부터 청년과 여성, 장애인, 비수도권 지역인재, 이전지역 지역인재, 고졸인력의 신규 채용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2022년 청년 93명을 선발했던 한국서부발전은 지난해 35명으로 채용을 줄였고, 한전 KDN도 191명에서 44명으로 청년 채용 규모를 축소했다. 주식회사SR은 2022년에는 19명을 선발했으나 지난해에는 단 1명만 뽑았다. 한국도로공사는 270명에서 186명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288명에서 194명으로, 강원랜드는 160명에서 101명으로 청년 채용 규모가 줄었다.


청년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는 해당 공기업의 불안정한 재정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청년 436명을 선발했으나 지난해에는 236명만 뽑았다. 한전 KDN도 지난해 청년 채용을 147명 줄였는데, 부채 비율이 2019년 35.9%에서 지난해 69.9%로 증가한 상황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대한석탄공사는 지난해 1명도 청년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와 주식회사 SR·한국남동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수자원공사 등 7곳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줄었는데도 청년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줄었어도 그 자체가 여전히 높으면 임금 등 문제로 청년 정규직 신규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리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기업 재정상태와 청년 채용 추이는 큰 상관관계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청년 채용이 늘어난 공기업은 14곳으로, 한국공항공사가 전년보다 62명 늘어난 148명을 뽑았다. 한국동서발전은 54명, 한국지역난방공사는 38명, 한국석유공사는 29명, 한국남부발전은 27명씩 청년을 더 뽑았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청년 정규직 채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금 체계 조정으로 청년 고용 유지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 연구위원은 “고령화 국면에서 연공서열식 임금 형태는 공기업 입장에서 청년 고용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며 “일정 연령 이상의 임금 체계를 조정함으로써 여기서 생긴 재원을 청년 정규직 채용을 위해 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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