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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한국 경제 호재’ 공식 깨졌다

해외 기지 구축 기업 달러부채↑
수입 의존 높은 철강업계도 울상
자동차·게임업계 정도만 반색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기업 경영에 있어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별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재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 사이에서는 달러당 1300원대를 이젠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수출 위주 성장에 기반했던 한국 경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제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잇단 해외 생산기지 구축 등으로 달러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달러 강세는 수출 기업이 싼 원화에 생산한 제품을 같은 가격으로 팔더라도 원화 환산으로 더 많은 돈을 받아 가격 경쟁력과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기 위해 현지에서 외화 자금을 조달한 첨단산업 업체들의 셈법이 달라졌다. 현지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달러 부채가 달러 자산보다 많아진 경우 달러 강세 시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24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부채는 각각 28조2431억원, 13조79억원, 4조2179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보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른다면 세전이익이 257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온도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하면 세전이익이 221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세우고 투자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투자를 약정할 당시 염두에 뒀던 비용보다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어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재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철광석이나 원료탄 등의 원자재 수입 가격도 올라 철강사에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이 모두 달러로 거래되는 항공업계도 달러 강세는 실적을 옥죄는 직격탄이다.

조선 업종은 건조 계약이 대부분 달러로 체결돼 환율 반사이익을 기대할 만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부터 인도 사이 기간이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도 달러 강세 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데다 원화 환산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다올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현대차가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 상승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해외금융자산으로 쌓아둔 돈이 많은 게임업계도 환율 상승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업종이다. 크래프톤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지난해 말 보유한 외화금융자산은 약 9200억원이었다. 크래프톤은 원화가치가 5% 하락할 경우 약 474억원의 세전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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