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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댄 장갑·꿰맨 양말… 오물풍선에 드러난 ‘열악한’ 北 생활상

통일부, 70여개 분석 결과 발표

퇴비선 회충·편충 등 기생충 발견
우상화 문건… 해외 유명 상표도 도용
김여정 경고 이어 5차 오물풍선 살포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풍선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고 밝혔다. 오물풍선에서 나온 폐종이와 비닐, 자투리천 등이다. 뉴시스

북한이 남쪽으로 날려보낸 오물풍선에는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이나 몇 번씩 기워 신은 양말 등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물에 담긴 퇴비에선 기생충이 검출됐다.

통일부는 24일 우리 군이 수거한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관계기관과 함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은 대북전단에 반발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600여개의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북한이 보낸 오물에는 여러 번 기워 신은 양말이나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마스크·티셔츠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쓰레기가 대거 발견됐다. 유아용 바지와 양말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위쪽)과 군데군데 기운 흔적이 있는 구멍난 양말. 뉴시스

전문기관 분석 결과 오물에 포함된 퇴비에선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통일부는 퇴비에서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인분에서 나온 기생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토양을 매개로 한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을 사용하거나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 놓인 국가 등 보건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발견된다.

통일부는 “이번에 살포된 퇴비는 소량으로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정은·김정일 등의 우상화 내용이 담긴 문건 표지도 포함됐다. 북한에서는 형법 64조 등에 따라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하는 중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우상화 문건 표지가 담겼다는 건 오물 살포에 동원된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통일부 당국자는 “긴급한 행정력 동원에 따른 결과 북한 주민들이 오물 살포에 대해 반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 쓰레기가 아닌 급조한 듯 보이는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 검출됐다는 점도 주민들이 동원된 증거로 해석된다. 생활상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페트병의 라벨과 병뚜껑 등을 제거한 흔적도 보였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단체 등을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온 한국 의류업체의 상표가 부착된 천 조각도 들어 있었다. 넥타이, 청재킷 등은 가위나 칼로 훼손된 상태였다. 한국산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표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해외 유명 상표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단으로 도용한 흔적이 포착됐다. 오물 중에는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등 유명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이 다수 포함됐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오물풍선 재살포를 예고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늦게 또 다시 오물풍선을 날려보냈다. 지난달 28일 이후 5번째 살포다. 합동참모본부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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