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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칼럼] 오글거리는 민주당


이 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니 민주당원들도 자괴감 느낄듯
주요 당직자들 아부 릴레이 민주당 전통과 야성 훼손
아부도 최소한의 품격 있어야 지나치면 우상화 우려 크다

민주당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DJ의 어느 해 생일. 민주당 의원들이 동교동 자택에 축하하러 모였다. 정장 차림의 DJ가 거실로 나오자 한 의원이 “총재님. 넥타이, 총재님이 고르신 것 아니죠? 여사님이 고르신 것 맞죠?”라고 물었다. DJ의 패션 감각이 좋다는 취지의 아부성 발언이라는 것을 참석자 모두 느끼며 분위기가 썰렁해지려는 순간, DJ가 “이 사람아. 남의 가정사에 왜 참견하나”라고 순발력 있게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로 일단락됐다.

수십년 전에 보았던 장면이 떠오른 것은 민주당에서 나온 아버지라는 말과 아부 때문이다.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하면 최소한 김대중 전 대통령, 거슬러 올라가면 신익희 선생이나 조병옥 박사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대구지역 당직자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 집안의 큰어른으로서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1964년생 동갑인데 아버지라니. 필자도 64년생이지만, 만일 논설위원실장을 겸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 논설위원이 “논설위원실의 아버지이십니다”라고 말했다면 주먹으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을 것이다. 수습기자가 아버지뻘이라고 했다면 몰라도 무슨 망발인가. 이 최고위원은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변명했지만, 영남 유림은 “정치적 영달을 위한 아부의 극치”라고 성명을 냈다. 이 대표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이 최고위원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악수를 했다. 악수만 할 게 아니라 손사래를 치면서 “동지끼리 무슨 아버지냐”고 정색했으면 좋았겠다.

오글거리는 얘기는 또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무회의에서 이 대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개정안이 이 대표를 위한 것이 아니고 보완이 필요해 개정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 이 대표가 너무 반대하길래 ‘그냥 욕먹으시라. 욕을 먹더라도 일찍 먹는 게 낫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인간 이재명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이토록 처절한 서사가 있을까. 이토록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또 있을까. 유능한 소설가라도 이 같은 삶을 엮어낼 수 있을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

추미애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 때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다. 개혁 국회로 힘을 모으는 게 당심을 받드는 것이고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자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거스르면 큰 해를 입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 때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 그랬다. 전국 주요 지역구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 수천명씩이 조직적으로 당내 영향력을 발휘하는 체제가 치밀하게 구축돼 왔고, 앞으로 상당 기간 누구도 이 체제에 대항할 당내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는 배지나 당직, 국회직을 얻기 위해 아부하든지, 아니면 횡사하는 양자택일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독재권력과 목숨 걸고 싸웠던 민주당의 전통과 아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부를 하다 보면 진짜로 존경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리고 우상화의 단계로 넘어간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취재기자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광장에 나타나자 수많은 주민들은 열광하며 울었다. 연기가 아니었다. 나는 북한 주민들 중에 김정일과 김정은 위원장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고 본다. 마음속은 존경하기 싫은데 겉으로 존경하는 척해야 하는 상황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해야만 하는 부조화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마음을 고쳐 먹고 진짜로 존경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 횡행하는 아부와 억압 구조, 이 대표 사법리스크 때문에 합리적인 중도층이 외면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민주당은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총선 결과가 말해주듯 민주당이 아무리 못해도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더 못하기 때문에 상대평가인 다음 대선도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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