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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2대 국회도 ‘가짜뉴스’ 타령 되풀이할 텐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새 국회를 열자마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이 제출됐다. 지난 국회에 이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호 법안을 냈다. 법안의 내용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수용했던 악용 방지 조항마저 반영하지 않았다. 법안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제안 이유도 그대로다.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승소율이 낮다는 걸 제시했다. 그러나 승소율은 그 자체로 징벌적 배상제의 필요 근거가 될 수 없다. 함부로 제기하는 소송(남소)이나 정당한 보도를 압박하기 위한 고액 소송(전략적 봉쇄 소송) 등 다양한 요인이 승소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은 승소율이 떨어져야 맞다.

정 의원은 다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징벌적 손배제에는 ‘현실적 악의’라는 매우 엄격한 법리가 적용된다. 이로 인해 원고가 공직자나 공인일 경우 승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현실적 악의’의 적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원고 승소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걸 떠나 낮은 승소율이 문제라며 미국의 징벌적 손배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내용이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도돌이표만 반복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 의원은 “이 법은 가짜뉴스임을 사전에 알고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며 “가짜뉴스 쓰지 마시라! 그럼 불편할 필요도 없고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으니 괜찮다는 말도 지겹게 들은 돌림노래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가짜뉴스 안 쓰면’ 실제로 문제 될 게 없어야 한다. 실상은 어떤가. 대선후보 검증 보도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언론사와 기자가 무차별 압수수색을 당했다. 민사에서도 공익성, 믿을 만한 이유(상당성)를 증명하는 책임은 언론(인)에게 부여된다. ‘가짜뉴스를 안 쓰면 된다’는 말은 언론 소송의 실상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말이다.

야당에서 ‘가짜뉴스’ 징벌법을 내니 여당에서는 ‘가짜뉴스’ 유통금지법이 나왔다. 이것도 21대 국회와 판박이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허위조작 정보를 불법 정보에 포함하고, 이를 유통하는 자를 형사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여기에는 권리 침해 당사자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을 대신해 그 지지자를 비롯한 제3자가 인터넷 표현물을 허위조작 정보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삭제 요청할 수 있다. ‘권력자 악용 방지 조항’도 없이 악용의 소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를 퇴행시킨 것이다.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이 미국을 앞세우는 것처럼 국민의힘도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 등 해외 법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징벌적 손배제가 민주당 주장과 달리 언론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듯 두 법률은 국민의힘 법안과 다르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걸 모르고 법안을 냈다면 무능한 것이고,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제안의 근거로 내세웠다면 악의적인 것이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디지털 시대 언론 자유에 관한 보고서’에서 ‘가짜뉴스’ 금지법의 실제 목적은 “정부 정책 비판을 단속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가짜뉴스’를 권력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공격하는 용어로 규정한 지 오래다. 세계의 허위조작 정보 대응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적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권에 묻는다. 언제까지 철 지난 ‘가짜뉴스’ 타령만 되풀이할 셈인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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