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무기한 휴진’ 불씨… 의료계, 청문회에 내심 기대

아산병원 휴진 강행 가능성도
다른 대형병원들도 저울질 중
의협 ‘올특위’ “내년도 증원 재논의”
청문회서 새 카드 나올지 기다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면서 최악의 의료 공백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서울대병원의 철회 결정 이후에도 서울아산병원은 휴진 강행 가능성이 큰 데다 다른 대형 병원에서도 휴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환자단체 등 여론의 압박이 커지면서 의료계와 정부는 일단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전공의 처분 문제 등 갈길이 멀다. 의료계는 오는 26일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의대 비대위 내부에서는 휴진 철회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의대 한 교수는 “‘무기한 휴진’이라는 단어가 국민 여론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는 게 내부 교수들의 생각”이라며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게 가치가 있다고 해도 환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도 “진정한 공공의료를 서울대병원 입장에서 제공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지, 진지하게 논의를 해볼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며 “이제는 비대위 차원이 아니라 병원의 정식 조직으로 해서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당장 교수 차원의 비대위 논의에 그치지 않고 병원장 등 공식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현안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지난 21일 서울대의대는 집단 휴진 철회 이유로 “현 상황(집단 휴진)이 장기화했을 때 중증 환자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환자 피해를 언급한 만큼 오는 27일과 다음 달 4일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연세대의대)과 서울아산병원(울산대의대)이 휴진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은 내부 논의를 한 차례 더 거쳐 휴진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예고한 대로 집단 휴진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무기한 휴진에 결론을 내지 못한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의대)과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의대) 등 다른 ‘빅5’ 병원들도 서울대의대 휴진 철회 결정을 계기로 다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구성한 범 의료계 위원회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여전히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특위는 지난 22일 첫 회의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이 언급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안에 대해 재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가 무기한 집단 휴진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둔 채 정부 대응 수위를 저울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특위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이미 확정된 2025학년도 정원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첫 요구사항부터 올특위가 수용 불가능한 의제를 내걸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의료계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처분 취소 등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특위는 “다음 주에 예정된 국회 청문회 등 논의 과정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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