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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성 호흡기 감염병 유행…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첫 주의보

소아·청소년 이례적 동시 유행

입력 : 2024-06-25 08:10/수정 : 2024-06-25 08:10
백일해, 의심 환자 3.2배 증가
학교 등 집단 발병… 전국 발생

'마이코…' 입원 환자 전년 8배
호흡곤란·고열 땐 상급병원에
18세 이하 항원 검사 건보 적용

최근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어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세균성 호흡기 감염병이 다시 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철저한 방역으로 지역사회 자연 면역이 감소한 데다 유행 종료 후 대면 접촉과 해외 교류가 늘고 최근 무더운 날씨로 마스크 착용이 줄어든 탓이 크다. 특히 3~4년 주기로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봄까지 이어진 소규모 유행(작은 피크)이 끝나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한 달간 유행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24일 0시를 기해 올해 처음 도입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 주의보’를 내렸다. 18세 이하인 경우 주의보 발령 기간 마이코플라스마 항원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일해 의심 환자는 지난 6월 3주(6월 9~15일) 678명으로 전달 4주(5월 19~25일, 210명)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4주간 의심 환자 1784명 중 7~19세가 92.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0명 중 6명은 13~19세에 해당됐다. 처음엔 경남에서 번지기 시작했으나 이젠 경기(26.7%) 경남(26.2%) 인천(11.8%) 서울(6.2%) 순으로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올해 누적 환자(2537명)는 코로나 이전 백일해가 크게 유행했던 2018년 전체 환자 수(980명)를 이미 2.5배 넘어섰다. 백일해는 국내에서 2~5년 주기로 유행한다.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는 “경기도의 경우 몇 달 사이 지난 10년간 발생한 환자보다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고교에서의 소규모 집단 발생이 많다. 유난했던 2018년 유행 규모를 이번에 훨씬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일해는 숨을 들이쉴 때 ‘훕(whoop)’하는 소리와 하루 15번 이상의 심한 발작적 기침, 기침 후 구토, 무호흡 등이 특징이다. 발열은 심하지 않다. 질병청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들은 전형적인 백일해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가벼운 기침이나 콧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감기로 여기고 내버려 둘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전국 220개 표본 감시 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가 최근 4주간 1451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521명) 대비 약 3배, 지난해 동기(185명)보다 약 8배나 더 많았다. 1~12세가 전체 환자의 77.7%를 차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연중 발생하지만 주로 늦가을~초봄 유행한다. 3~4년 주기의 유행 패턴을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소규모 유행 이후 잦아들다 5월 말부터 다시 입원자 수가 상승하고 있다. 2019년에 1주간 입원 환자 수가 최고 670명, 작년 유행기에도 288명 발생했는데, 이달 3주 한 주 동안 400명 넘게 발생했으니 유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질병청은 지난 1일부로 보건복지부 고시를 개정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자 수가 2주 연속 250명을 넘어설 때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유행주의보’를 발령키로 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자 수는 5월 4주 286명→6월 1주 357명→6월 2주 322명→6월 3주 486명으로 주의보 발령 기준을 충족했다. 주의보 발령 기간 18세 이하는 담당 의사가 항생제 선택에 항원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입원 환자 수가 4주 연속 유행 기준 미만일 때 주의보는 자동 해제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되면 초기 발열 두통 콧물 목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이 3~4주 지속하다 회복된다. 일부 환자의 경우 비정형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 경증이나 중등증(중간) 폐렴이지만, 0.5% 정도는 중증으로 올 수 있어 의료진의 주의가 필요하다. 은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워킹 뉴모니아(walking pneumonia)’라고 해서 X선에선 심해 보이는데, 실제론 환자 컨디션이 좋아 걸어 다니거나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예외적으로 호흡 곤란이 있거나 고열이 오래 가거나 드물게 뇌염 동반 시에는 중증 진행 위험이 큰 만큼, 해당 환자를 본 의원급 의사들은 종합병원 혹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 의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모두 일차적으로 같은 항생제(마크로라이드 계열 에리트로마이신 등)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백일해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노출자인 경우 항생제를 미리 처방해 복용하는 예방적 항생제 요법도 주효하다. 은 교수는 “다만 해당 약제는 소아에서 대표적 오남용 항생제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잘 듣지 않는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두 감염병의 이례적 동시 유행으로 항생제 처방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 처방이 이뤄지도록 의료진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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