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감시기능 미비 틈 ‘견제없는 권력’ 군림… ‘검은 커넥션’ 뒷배 역할도

[사모펀드 대해부]
새마을금고 비리사건이 대표 사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악용도
공시의무 등 규제 강화 미국과 대조

그래픽=연합뉴스

사모펀드가 ‘견제 없는 권력’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면서 검은 유착이 발생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강도 높은 감독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변칙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자본시장을 들썩이게 한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은 사모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받았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사모펀드 출자를 대가로 자산운용사 대표로부터 현금을 수수하고 변호사비를 대납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받았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새마을금고를 사모펀드 업계의 ‘큰손’이라고 불렀다. 새마을금고가 일부 사모펀드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들 사모펀드는 새마을금고의 투자처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뒷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들의 유착이 사실상 리베이트와 같은 불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사모펀드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부실한 게 비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모펀드는 일반 펀드와 달리 ‘사인 간 계약’이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고,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에도 제한이 없다. 이런 사각지대를 활용하면 제약이 많은 금융사나 대기업도 손쉽게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사모펀드를 활용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그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비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모펀드를 거치면 공시나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 등 별다른 제약 없이도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 관련법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계열회사의 지원 행위 관련 규제가 없다. 예를 들어 창업투자회사 등이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대기업 계열회사들이 여기에 자금을 출자하면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3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증권법, 증권거래법, 투자회사법, 투자자문업자법 등을 과거부터 정비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등록의무와 공시의무 등을 정했다.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해 사모펀드의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도 이런 규제를 적용받는 동시에 상장사이기 때문에 공시의무가 있다. 주요 투자처나 기업 인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미 증권 당국은 일부 투자자에게만 특혜성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사모펀드 규제안을 의결했다. 지난 5일 미 법원이 “권한을 넘어서는 규제”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미 당국은 사모펀드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