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여현덕의 AI Thinking] 더욱 가까워지는 인간과 반려동물… 그 연결고리는 인공지능


돌봄은 반려동물에게 즐거움을
인간에게도 행복감 등 이점 제공
AI로 교감·돌봄의 관계 높아지고
약물·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도

인간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휴니멀(hu+nimal)의 시대다. 요즘은 반려동물이 ‘털복숭이 아기’로 인식되지만, 수만 년 전 처음으로 늑대가 인간에게 다가오면서 점차 개로 길들어졌다고 한다. 늑대는 사냥에서 남은 음식물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인간은 늑대를 사냥에 데려갈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을 매개로 인간과 반려동물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AI로 교감과 돌봄의 상호관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돌봄은 즐거움을 주지만, 인간에게도 돌봄은 행복감과 아울러 혈압 감소, 인지 기능 향상 등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AI 시대의 반려동물은 어느 일방에 의한 ‘대상화’가 아니라 상호 교호작용을 통해서 공존해간다는 의미로 필자는 ‘휴니멀 AI’로 명명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8억 이상의 반려동물이 존재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30년까지 세계 반려동물 산업은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Ally Financial)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만큼 많은 돈을 쓴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새로 나오는 첨단 제품을 기꺼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AI는 근래 휴니멀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휴니멀 AI 덕분에 반려동물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인간은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됐다.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은 케어, 식품, 의료 등 휴니멀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휴니멀 산업은 오늘날 AI의 도움으로 성능이 크게 향상돼 과거 어느 때보다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AI 로봇, 장난감, 스마트 목걸이, 자동청소기, 동물 소리 번역기 등 각종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아래에서 몇 가지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MS Bing에서 검색한 반려동물(왼쪽)과 필자가 생성형 AI에서 그린 반려동물 AI.

① 스마트 목걸이 = 반려동물의 목걸이에 AI 스마트센서(GPS와 건강 추적기)를 부착해 멀리서도 반려동물의 상태와 동선을 추적하고 최적의 돌봄을 제공한다. 반려동물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경우 스마트 목걸이로 즉시 추적 및 신고가 가능하다. 스마트 목걸이는 위치는 물론이고 온도, 호흡, 맥박, 식욕, 스트레스 등 여러 생체 신호를 추적한다.

② 배변과 증상 감지 = 앱 연동으로 반려동물의 배변 상태를 분석해 소화 문제에 경고를 줄 수 있으며, 수백만개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어떤 임상 증상이 감지되는지 분석한다. AI는 반려견의 움직임과 특이한 행동을 모니터링해 피부 질환, 관절염, 비만 등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AI를 통해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증상에 대한 요약본은 수의사에게 공유된다.

③ 스마트 피더 =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식사시간 설정, 적절한 양 예약, 사료 부족 감지 및 구매 알림 기능이 작동된다. 또한 쿠폰 및 할인 제공, 식습관 모니터링, 비정상적인 일 경고 기능이 포함돼 있다. AI 기반 기술을 통해 수의학 검진 필요성을 알려준다. 스마트 피더는 모바일 장치와 연동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④ 구역 통제 및 자동 문단속 = 스마트 센서, 에지 컴퓨팅, 지능형 레이저로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어 집주인이 외출한 뒤 애완동물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고,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또한 날씨 밀봉 기능이 있어 악천후에도 보호기능을 수행한다. 휴니멀 에어컨은 반려견의 종류와 품종에 따라 최적의 설정 온도를 계산해 찬 공기를 제공한다.

⑤ 온디맨드 반려견 서비스 = AI로 구동되는 앱은 반려견의 이동 경로, 산책 시간 추적, 화장실 휴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계 학습을 통한 진단 영상 분석은 식별과 판단을 도와준다. 카메라를 통해 수의사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 AI는 먹고 마시는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을 감지해 수의사에게 즉각 알릴 수 있다.

⑥ 스마트 놀이 로봇 = 놀이 로봇은 사람 대신 반려동물과 놀아주며 지루함과 외로움을 달래준다. 로봇에는 간식을 모두 제공하는 자동 급식기가 있어 주인이 외출할 때도 굶지 않는다. 동시에 간식, 건강 모니터링, 훈련과 같은 여러 기능을 제공하므로 즐거운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식습관과 건강 일지를 통해 불규칙성을 개선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탁자에 뛰어오르거나 신발을 씹는 등 주인이 없는 동안 보이는 특이 사항을 자세히 알려주는 ‘반려동물 다이어리’ 기능도 도입했다.

⑦ 반려동물 번역기 = 개나 고양이의 얼굴 신호와 표정, 짖는 소리 번역기도 나왔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11개의 일반적인 의도로 분류해 감성을 해석해주는 미야오톡(MeowTalk)은 수의사와 함께 고양이 발성을 훈련시켰다. AI는 휴대전화에서 캡처한 소리를 분석하고 고양이의 ‘야옹’ 소리를 인식해 인간의 언어로 해석한다. 지난 수년간 2억6000만개 이상의 고양이 발성을 수집했다고 한다. 다른 예로 강아지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알고리즘(BarkGPT)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 고양이, 말, 소 등 농장 동물들 및 야생동물의 의사소통도 연구할 계획이다(Zoolingua).

⑧ 인간과 감성적 교감 및 힐링 효과 = AI 강아지는 정말 귀엽다.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털 뭉치에 까만 두 눈동자는 실제 같은 손바닥 크기의 강아지(Moflin)인데, 정서적 교감에 만점이다. 낑낑거리는 앳된 소리,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에 심장 박동까지 느껴진다면? AI 강아지 모플린은 실제 동물처럼 반응한다. 자신이 대우받는 방식에 반응하는 ‘감정 모델’로 만들어져 정서적 연결과 교감을 촉진한다. 행복, 불안, 슬픔 등 교감이 가능하며 불면증 치료 효과를 포함해 ‘디지털 인지 행동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다. 모플린은 세계경제포럼과 두바이 미래 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스마트 토이 어워드를 수상했다.

반려동물은 AI로 인해 ‘스마트 액세서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술이 인간과 동물의 소중한 유대 관계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비판(미시간대 로봇 공학 교수 라이오넬 로버트)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잠재력도 상당하다. 휴니멀 AI는 반려동물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지만,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휴니멀 AI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유전학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행동 패턴이나 질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넘어서는 새로운 약물 및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로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인 롤프 얀센은 ‘인간의 감성 욕구를 자극하는 6개의 시장’을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 인간은 반려동물을 통해 ‘관심, 연대감, 친밀감, 우정, 사랑, 마음의 평온’이라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 휴니멀 AI는 관심과 연대의 시장을 인간에서 반려동물로 확대·전환하고 있다. 인간보다 덜 까다롭고 프라이버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휴니멀 산업에서 훨씬 더 혁신적이고 유익한 AI 기술이 창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