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걱정마’ 달라지는 기업들… 자율 출퇴근에 주 1회 재택

[워라밸 현장을 가다] ③ <끝> 근무혁신 도전하는 韓기업

입력 : 2024-06-21 09:03/수정 : 2024-07-09 10:46
스타트업 ‘매쓰홀릭’의 콘텐츠팀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문화의날 행사를 맞아 단체여행을 즐기고 있다. 행사 비용은 회사가 지원한다. 매쓰홀릭 제공

“회사를 운영하는 건 경영진이지만 어떤 직장을 다닐지는 직원이 선택하는 거잖아요. 좋은 직원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편안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매쓰홀릭’에서 20일 만난 강지훈 대표이사는 회사의 유연근무제 도입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매쓰홀릭은 2011년 설립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2018년부터 직원 50명이 소속 부서의 업무 특성에 따라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직원들이 잠자는 시간을 빼면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라며 “젊은 친구들은 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중시한다. 직원이 자아실현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의 유연근무 활용률은 16%(348만명)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코로나 이전의 근무체계로 돌아가는 회사가 많았다. 2021년 5.4%였던 재택근무 활용률은 2022년 4.4%로 낮아졌다.


매쓰홀릭도 코로나19 때 전면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강 대표는 “직원 복지로 인식된 부분을 한번 시행했다가 되돌리면 (혜택을) 빼앗기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며 “부서별로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재택근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가 수월한 개발자들과 달리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CS부서는 정해진 시간 회사에 나와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CS부서는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오후 출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에 상대적으로 고객 문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오프라인 소통이 중요한 부서의 경우 주1회 팀원들이 모두 같은 날짜에 재택근무를 하고, 이날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직원은 “재택근무로 자녀의 등하교를 챙길 수 있어 가정생활에 안정감을 준다”며 “출퇴근 이동에 대한 부담이 경감되면서 업무 집중도가 향상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 인사·성과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느냐고 묻자 강 대표는 “재택근무일과 아닌 날의 업무수행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는 “정기적인 직원 면담으로 신뢰가 형성돼 있다”며 “직원들도 (유연근무 도입이) 업무성과로 연결돼야 좋은 제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경영진과 직원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매쓰홀릭은 주4일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60여명이 일하는 IT서비스 및 장비제조업체 ㈜SDT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출퇴근 시간을 전혀 체크하지 않는 ‘한 달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했다. 한 달간 정해진 근로시간만 지키면 근로자가 매일 출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발팀은 물론 인사팀 등 사무행정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서울 강남구 SDT 사무실에서 만난 이민수 인사팀장은 “처음에는 저 역시 자율 근무가 낯설었고 회사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그런데 자율권을 보장하고 근로자가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경영진의 신념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SDT는 지난해부터 주 1회 재택근무도 시행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대신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재택근무 컨설팅을 받아 업무 방식을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비했다. 재택근무 시 직원 간 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 코어타임’을 설정하고, 그날의 할 일과 업무 진척도를 보고하는 식이다.

이 팀장은 “주 1회 재택근무가 매력적이라서 찾아왔다는 지원자도 있었다”며 “젊은층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체감한다”고 말했다. SDT에선 오전에 자녀의 학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오후 동아리 활동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고 한다. 물론 직원들도 삶의 질이 높아지고 워라밸을 되찾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직원은 “업무가 많은 날 퇴근이 늦어져도 알람을 완전히 꺼놓고 휴식을 취한 뒤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다보면 ‘이게 진짜 워라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구직 플랫폼에서 ‘워라밸’을 키워드로 회사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근로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의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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