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팬데믹 지구 덮쳤다

사우디·인도 등지서 수천명 사망
美 전력 수요 폭증… 발전소 스톱
파리올림픽 출전 선수 위험 경고


세계 곳곳이 최악의 불볕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등지에서는 폭염 때문에 1000명 넘게 사망했고, 미국 동북부에서는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일부 발전소가 멈춰섰다. 개최를 한 달여 앞둔 파리올림픽을 두고도 선수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섭씨 52도에 달하는 폭염으로 인해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에서 정기 성지순례(하지)를 하던 각국 무슬림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올해 하지 기간은 이달 14~19일이었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이집트 이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세네갈 등 10개국에 달했다. 온열 질환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실종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우디 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사망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 북부에서도 최고 50도의 불볕더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3월부터 이달 18일까지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11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열사병 증세로 입원한 사람은 4만명이 넘는다. 인도 여름은 3~4월쯤 시작돼 6월에는 우기로 접어드는데, 올해 폭염은 평년보다 길고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주의 건설 현장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한 노동자가 작업 도중 음료를 마시고 있다. 멕시코는 최근 섭씨 45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재난 상황이 이어졌다. AP연합뉴스

미국 중부와 동북부 지역 역시 ‘열돔’ 현상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열돔은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이다. 뜨거운 햇볕이 갇힌 공기를 계속 가열해 폭염을 유발한다. 메인·버몬트·뉴햄프셔주 등 동북부 여러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10도가량 치솟으며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덥지 않은 이들 지역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건 드문 일이다.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의 발전소가 멈췄고 전력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1단계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뉴욕시 전력회사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은 18일 “오후 2시부터 10시 사이 식기세척기나 건조기 같은 대형 가전 제품의 사용을 제한해 달라”고 이메일로 호소했다.

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이 역대 최악의 폭염 속에서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영국지속가능한스포츠협회(BASIS) 등이 발간한 ‘불의 고리: 파리올림픽에서의 폭염 리스크’ 보고서는 “극심한 더위로 인해 선수들이 쓰러지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가장 더운 올림픽이었던 4년 전 도쿄올림픽에선 선수 100명당 1명꼴로 온열 질환에 시달렸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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