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당하면 상호 지원”… 레드라인 밟은 북·러

김정은-푸틴, 평양서 정상회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서명
군사협력 구체적 운용계획 공개 안해… 정치적 선언 평가도

입력 : 2024-06-20 00:11/수정 : 2024-06-20 00:1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행사에서 양국 국기와 꽃, 풍선을 든 북한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빨간 카펫 위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군사협력 구체적 운용계획 공개 안해… 정치적 선언 평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러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상대국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러관계 성격의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것으로,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는 물론 국제안보 질서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군사협력의 구체적인 운용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고 두 정상의 발표 내용도 미묘하게 달라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회담과 통역관만 대동한 일대일 회담을 한 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 협정은 양국이 2000년 2월 체결한 ‘선린우호 조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으로 24년 만에 양국 관계를 두 단계 격상한 것이다. 두 정상은 2시간가량 이어진 일대일 회담에서 군사협력 등 민감한 사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이어 “임의로운 다사다변과 국난을 일치된 공동의 노력으로 답하기 위한 의무 이행의 충실함에 있어서 그 어떤 사소한 해석상 차이도, 추호의 주저와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동맹으로서 유사시 상대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의무’가 생겼음을 암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동맹이란 표현을 세 번 썼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발표한 협정에는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협정은 방어적, 평화적 성격을 지닌다”며 “러시아와 북한은 정치적 동기를 지닌 제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맹이란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러 동맹을 못박으려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해 그 정도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향후 협력 수위는 지켜봐야겠지만 두 정상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까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북·러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러는 이러한 관계 격상이 변화된 국제질서와 전략적 환경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대는 달라졌고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지위는 의심할 바 없이 변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차기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되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이날 평양에 이어 네 번째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북·러가 밀착을 가속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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