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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쪽지] 자기 마음을 배반하지 않고 살려면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2012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원데이’는 남녀 주인공이 매해 7월 15일을 어찌 지내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첫해엔 연인이 되려다 말고 그다음 해엔 친구가 돼 이사를 도와준다. 그 이후 둘은 사실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도 알지 못해 계속 엇갈리게 된다. 남자는 여자 주인공 옆에서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으면서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두면서 자꾸만 연인을 바꾼다. 남자는 옆에 연인을 두고도 여자 주인공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를 기다리는 마음이지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남자의 방랑을 지켜본다. 드디어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느끼고 여자를 찾았을 때 여자는 다른 남자 옆에 서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가 모든 것을 걸고 해야 할 일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영혼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냥 느끼고 안다. 둘의 마음은 진실하지만 각자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모른 채 상황에 이끌려 간다. 자꾸만 엇갈리던 둘은 드디어 자신들의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 산다. 그런데 불행히도 얼마 살지 못해 여자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다. 남자는 여자가 세상을 뜬 후 폐인처럼 산다. 남자의 아버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제일 잘 사는 방법은 여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리를 취하기가 어려우므로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것에 휩싸여서만 행동하게 되기에 그렇다.

마음에는 따라야 할 마음의 소리가 있는가 하면 따르지 말아야 할 마음의 소리가 있다. 1차적 마음은 따르기 쉽지만 궁극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본연의 마음은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존재를 평안하게 한다. 문제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욕심과 계산은 자주 자신을 속인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본연의 마음을 위배하며 살게 된다. 인간은 본연의 마음을 배반하며 사는 만큼 불행해진다. 그래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어디서 소망적 사고로 빠졌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즉 생각이 어디서 근거가 아니라 소망을 따라갔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비논리를 보려고 노력해야 자기 생각 패턴이 파악되고 생각 패턴을 그렇게 형성하는 심리와 무의식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심리와 무의식을 느껴가면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해야 그것을 배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 수 있다. 나의 욕심과 계산이 만들어내는 비논리를 보려는 노력이 본연의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게 해준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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