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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불협화음’… 형제·남매 갈등에 불안한 기업

창업자 퇴임 후 지분 비슷해 다툼
대표직 놓고 갈등해 경영 불안 요인
“지분보다는 자질 기준으로 선임”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창업자 세대가 물러나고 후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비슷한 형제·남매간 다툼이 빈번해진 것이다. 일부 기업에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경영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LG가 급식업체 아워홈에서는 대표 자리를 놓고 오너가 남매간 분쟁이 이어졌다. 장기간의 공방 끝에 창업주 고 구자학 회장의 장녀 구미현씨가 18일 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의대 교수 출신인 남편 이영열 사내이사는 부회장에 올랐다. 구씨는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합해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을 밀어내고 이사회를 장악했다.

아워홈 지분 98% 이상을 나눠 가진 네 남매는 7년여간 갈등을 겪어왔다. 미현씨는 2017년 오빠 편에 섰다가 2021년에는 막냇동생의 손을 들어주면서 회사 안정화를 이끈 ‘구지은 체제’의 출범에 기여했다는 업계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미현씨는 다시 오빠 편으로 돌아섰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구 부회장은 전날 퇴임사를 올려 “회사 매각을 원하는 주주들과 협의를 이루지 못해 일어난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에서도 가족 간 분쟁이 이어졌다. 고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날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형제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에서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의 다툼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임종윤 이사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한미약품 대표직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4월 송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임종훈 대표는 회사 경영에 불협화음이 생기자 한 달여 만에 모친인 송 회장을 해임하고 단독대표로 취임했다.

모녀와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은 창업주가 별세한 뒤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모녀가 올 초 OCI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했지만 장·차남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치열한 비방전을 벌여온 양측이 지난 3월 주총에서 맞붙은 결과 형제가 더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승기를 쥐었다. 결국 OCI그룹과의 통합은 무산됐다. 한미 일가에 남은 2600억원가량의 상속세 재원 마련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다.

한국앤컴퍼니그룹(전 한국타이어그룹)에서도 오너가 다툼이 있었다.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넘기자 장남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했다. 갈등은 지난해 말 조 고문과 조 이사장이 차녀 조희원씨와 지분 공개 매수를 추진하며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결국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효성은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서로 고소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상태다. 안동현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오너 일가간 경영권 분쟁은 회사를 가족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주주·근로자·소비자·지역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가진 집단인 만큼 지분 보유량보다는 자질을 갖춘 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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