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대기업은 6촌도 주식 공개…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 ‘전무’

[사모펀드 대해부]


사모펀드가 일으키는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행 금융 제도에서 이들의 공시 의무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일가친척의 지분과 내부거래까지 공시 대상이 되는 일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는 거의 딴판이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88곳이다. 이들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의 일반 현황, 임원·이사회 현황, 주식 소유 현황, 특수관계인(친족)과의 거래 현황 등을 꾸준히 공시해야 한다. 총수 일가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사익편취를 견제하기 위한 국내 경쟁 당국 고유의 규제다. 신고 대상 친족의 범위는 동일인(총수)의 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다. 이조차도 한때 신고 대상이 혈족 기준 6촌에 이르렀다가 2022년 시행령 개정으로 다소 범위가 좁혀졌다.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을 1% 이상 소유할 경우에는 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이라도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사모펀드 중 이 같은 공시 의무를 지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운용자산 규모가 30조원을 넘는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일인이 존재하지 않고, 단기간 기업을 경영한 뒤 매각하는 금융사라는 특성상 경제력 집중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의 지정 가능성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사모펀드는) 지배력 요건에 사실상 해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껏 경쟁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사례는 2020~2021년 IMM인베스트먼트가 유일하다. 하지만 투자 운용사를 옥죄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공정위가 이듬해 사모펀드 전업집단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IMM은 이에 맞춰 사업 구조를 재편해 2022년부터 다시 지정에서 빠졌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의 관리·감독은 대부분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2015년 관련 규제를 풀어 설립 절차와 운용 요건 등을 간소화한 이후로는 이 같은 관리체계에 다소 ‘빈틈’이 생겼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사모펀드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공시 의무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기존 체계를 강화하는 편이 옳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를 무작정 늘려서는 사모펀드와 공모펀드의 차이가 없어진다”면서 “금감원이 더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