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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유럽 녹색당의 위기

고승욱 논설위원


유럽에서 환경을 앞세운 정당이 출현한 건 50여년 전인 1970년대 초반이다. 1972년 스위스 뇌샤텔주에 처음 등장했고, 이듬해 영국에서 피플(PEOPLE)이 창당했다. 피플은 나중에 생태당을 거쳐 녹색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집권당이 된 건 1995년 핀란드 그린리그가 처음이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녹색당연맹, 프랑스의 녹색당, 독일의 동맹90/녹색당, 벨기에의 에콜로, 아이슬란드의 좌파녹색운동 등이 연정을 통해 정부에 참여했다. 2004년 라트비아에서는 인둘리스 엠시스 의원이 세계 최초로 녹색당 출신 총리가 됐다.

21세기에도 녹색당은 기세를 올렸다. 200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당한 범유럽 정당 유럽녹색당(EGP)에는 33개국 36개 정당이 참여한다. 이들은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력한 연대를 기반으로 유럽 전체를 포괄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실행한다. 27개 회원국 4억5000여만명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거의 유일한 정당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인 것이다.

특히 최근 5년의 성과는 놀라웠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동맹휴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 절정에 달한 2019년 5월 실시된 선거에서 EGP는 52석이었던 의석수를 74석으로 늘렸다. 그 힘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유럽의회의 ‘그린딜 계획’이 마련됐다.

그 녹색당이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들이닥친 인플레이션에 유럽인들은 녹색당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유럽이 앞장서 많은 일을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극우정당들은 녹색당을 비난하며 세를 넓히고, 지금까지 연대했던 좌파정당들은 손잡기를 꺼리게 됐다.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돈을 내라면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다. 돈 많은 나라가 모여 있는 유럽마저 이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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