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물불 가리지 않는 확장… 치킨·시내버스·농수산물까지 노려

[사모펀드 대해부]
단기간 성과 쉬운 외식·유통 타깃
가맹점주 쥐어짜고 소비자가 인상
정책 지원에 성장… 산업경쟁력 훼손

게티이미지뱅크
물불 가리지 않고 시장에 침투한 사모펀드는 어느새 서민의 삶과도 가까워져 있다. 간식으로 즐겨 먹는 치킨, 가족과 외식하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농수산물 도매까지 사모펀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일부 토종 사모펀드는 버스 준공영제의 맹점을 이용해 시내버스 사업권을 틀어쥐었다.

이처럼 전 산업군에 뻗쳐 있는 사모펀드는 소비자 부담 전가, 공공성 훼손 등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경우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 ‘가맹점주 쥐어짜기’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해 현재 45% 지분을 보유 중이다. bhc는 MBK파트너스가 투자사로 합류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최대 33% 이상 치킨값을 올렸다. 가맹점주에게는 재료값을 평균 8.8% 올려 받아 뭇매를 맞기도 했다. 치킨을 포함해 사모펀드의 음식료(F&B)업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외식·유통가 매물은 사모펀드가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인수 후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가 제조업보다 쉽다는 점이 타깃이 되는 이유다.

사모펀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 시내버스 노선도 장악하고 있다. 인천시 시내버스 34개 운영사 중 10곳을 사모펀드 차파트너스가 갖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 엠씨파트너스와 함께 모두 27개의 버스회사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이들 펀드는 수익금이 부족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버스 준공영제의 허점을 노렸다. 과잉 배당을 해도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자체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 있어 리스크가 없는 수익사업이 됐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차파트너스는 2020~2022년 3년 동안 주주에게 165억1200만원을 배당했는데, 이 기간 인천시는 해당 회사에 2300억원을 재정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적자는 인천시가 부담하고 투자자는 배당 잔치를 벌인 셈이다.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인천 버스회사 중 송도버스 646%(2020년), 강화교통 277%(2021년), 성산여객은 245%(2021년)의 경이로운 배당 성향을 기록했다. 경기도에서는 자비스자산운용과 엠씨파트너스가 소유한 수원여객이 차고지를 매각해 367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240억원을 버스회사 인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허 의원은 “버스 준공영제가 아니었다면 사모펀드가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버스 운영 재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재정 지원금은 폭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차파트너스의 최고경영진은 모두 맥쿼리인프라 출신이다. 맥쿼리는 서울지하철 9호선 사업에 투자한 뒤 2012년에 기본요금 인상건으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철수한 이력이 있다. 이때 주식 매매 차익으로만 284억원을 챙겨 ‘먹튀’했다.

정책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토종 사모펀드들이 오히려 ‘호랑이 새끼’가 돼 산업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