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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블랙홀’ 대항 카드지만… 통합명칭부터 이해충돌 팽팽

대구·경북 이어 부산·경남 등 논의
통합땐 경제규모·행정효율 확대
광역 통합 규정 없어 특별법 필요
추진과정서 ‘권한조정’ 핵심될 듯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단체장은 행정통합을 비롯한 지역 공동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균형 발전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먼저 행정통합에 나선 것은 대구·경북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자치권을 강화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구·경북이 가장 적극적으로 통합에 나서고 있다.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행정안전부 장관,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의 4자 회동도 이뤄졌다.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 광주·전남,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등에서도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중앙과의 협상력이 강화돼 지역 발전을 위한 권한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통합 시 인구와 지방세 증가는 물론 GRDP(지역내총생산)도 충청권은 270조원, 부산·경남은 224조원, 대구·경북은 17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광역자치단체끼리 통합하지 않으면 서울(485조원)과 경기도(546조원)에 대응조차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방 재정 확대를 통해 도시계획과 교통, 산업, 복지,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수도권에 맞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통합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17일 “국방, 외교 이외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미국 주정부처럼 운영해야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 등 국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합으로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0년 경남 창원·마산·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2014년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 청주시로 출범한 사례가 있지만 광역단위 통합은 아직 없었다. 이 때문에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수인 분위기다.

아직 정확한 규정이 없어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방자치법에서 지자체 설치·폐지·분할, 합병은 법률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처럼 광역단체 간 합병은 현행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지방자치법 5조에는 ‘지자체를 합칠 때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주민투표를 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만 언급돼 있다. 지자체들은 현행법에 광역단체 간 통합 시에 관한 명칭, 위상, 기능, 특례 등의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구·경북의 경우 통합 특별법을 9월 말에 발의하고 연말에 통과시킨 후 2026년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북 일부에서 통합 명칭, 특정 지역 소외 등을 우려하고 있어 통합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 간 권한 조정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개발, 광역교통 등 정부 권한과 규제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통합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처럼 행정안전부 통제를 받지 않고 총리실 지휘를 받는 2단계 행정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부산·창원·대구=윤일선 강민한 최일영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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