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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서 4조 회수한 사모펀드...회사는 적자, 임대 점주는 거리로

[사모펀드 대해부]
알짜 자산·사업 팔아 투자금 회수

입력 : 2024-06-18 00:03/수정 : 2024-06-19 14:08
홈플러스 제공

지난 16일 홈플러스 안양점 내 H안경원에는 ‘폐업 점포 정리 전 품목 50~80% 세일’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홈플러스 안양점에 입점해 있는 임대 매장 점주들은 4월 말쯤 “영업 부진으로 폐점할 예정이니 7월 말까지 자리를 비워 달라”는 일방 통보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점주들은 분노하다가 지쳐 반포기 상태로 홈플러스와 보상금 개별 협상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2년여 카페를 운영한 A씨는 “3개월치 매출을 보상해준다는데 다른 곳에서 재개업할 사정도 안돼 폐업할 예정”이라며 “대기업 앞에 무기력한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안양점에서만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한 B씨도 “권리금 1억원에 시설 투자비만 3000만원을 들였는데 몇 개월치 보상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폐점 일정이 7월 말인지 8월 말인지 자세한 설명 한번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토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알짜 자산을 처분해 4조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홈플러스는 어떻게 됐을까. 실적이 악화한 것은 물론 신용등급은 떨어졌다. MBK파트너스로 넘어가기 전인 2014년만 해도 홈플러스는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335억원, 260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초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면서 “연간 5500억원의 임차료와 이자비용 대응 능력이 부족하고 지속된 자산 매각에도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도 크게 쪼그라들었지만 최대 피해자는 홈플러스 직원과 임대 매장 점주들이다. 이들은 연이은 폐점으로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계속 노렸지만 홈플러스 통매각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펀드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알짜 중소형 마켓인 익스프레스부터 쪼개 팔려는 시도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트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져도 사모펀드가 손해 보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안양=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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