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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모펀드의 자진 상폐 횡포, 소액주주는 안중에도 없나


근래 국내 주식시장에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을 자진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업체 커넥트웨이브를 비롯해 락앤락, 쌍용C&E, 제이시스메디칼의 상폐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케이카, 에이블씨엔씨도 자진 상폐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전체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가 4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자진 상폐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주들의 개별 매입가보다 형편없이 낮은 경우가 많아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상폐 대상인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8000원으로 2021년 장중 4만1550원까지 치솟은 데 비하면 57%나 낮다. 소액주주 2000명이 모여 법적 대응을 강구 중이지만 사모펀드가 지분 95%만 확보하면 일방적인 현금 지급을 통해 소액주주를 축출해도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락앤락 공개매수 목표치에 미달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는 “올해 락앤락은 배당을 하지 않겠다”며 소액주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자진 상폐를 선호하는 건 주주 간섭을 배제할 수 있고 공시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익잉여금이 많을 경우 배당까지 독식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외환위기 때 우량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싸게 팔리는 데 대한 반성으로 토종 자본 육성 차원에서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요즘 사모펀드의 행태는 위기에 놓인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원투수 역할보다 머니게임에 치중하는 느낌이다. 어렵사리 상장요건을 갖춰 증시에 입성한 우량 기업들이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소액주주가 주식을 지킬 수 있는 주권회복 등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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