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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최저임금 결정 방식부터 바꾸자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5월 시작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올해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뿐만 아니라 업종별 차등 적용, 적용 대상 확대 등 여러 쟁점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위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법정기한 내에 최저임금 심의 의결이 이뤄진 것은 단 2회에 불과하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 수준 등 최저임금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요구안을 근로자위원은 생계비를 기준으로 제시하는 반면 사용자위원은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매년 대립이 반복된다. 따라서 심의에 비효율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고 결국 합의에 실패해 2009년부터 매년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다. 이런 소모적인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최저임금 결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결정되는 균형 임금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공익위원 대신 정부 관계자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해서 표준이 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 표준안을 놓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되 법정 심의 시한까지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가 제시한 표준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표준안 제시에 사용하는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 기존에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후 취업자증가율을 뺀 최저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 즉 노동생산성과 소비자물가가 오른 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식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변수들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생략돼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경제학의 발전된 연구 성과를 활용해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개선해 근로자와 사용자 위원들에게 설득력 있는 최저임금 표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감소가 큰 근로자들을 대표할 근로자위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들의 실업을 증가시킨다. 다른 선행 연구들도 최저임금 인상 시 청년, 여성, 고령층, 일용직, 임시직 등의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함을 보였다. 현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 관계자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2023년 8월 기준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3.0%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현 근로자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큰 근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하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거나 아예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주휴일에 1일치 임금을 지급하는 주휴수당이 존재하지만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지만 주 15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1832원이 된다. 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초단기 일자리를 양산한다. 참고로 주요 12개국(G12) 중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11개국 가운데 주휴수당이 존재하는 국가는 한국 포함 4개국에 불과하다. 이렇게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선한다면 고질적이고 소모적인 대립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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