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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올림픽 보이콧

고세욱 논설위원


2015년 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88 서울올림픽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여고생 성덕선은 올림픽 개막식의 마다가스카르 피켓걸로 선정돼 연습에 몰두했다. 하지만 막판에 마다가스카르가 보이콧하며 불참하자 서럽게 운다. 실제 당시 친북 국가였던 마다가스카르는 올림픽 공동개최를 주장하던 북한과 함께 참가를 거부했다.

올림픽 보이콧은 대개 정치·외교적 이유로 나타난다. 나치 통치(1936 베를린올림픽), 수에즈 사태(1956 멜버른올림픽) 등이 논란이 될 때 개별 국가의 보이콧이 있었다. 대규모 국가 보이콧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이 최초다. 뉴질랜드가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올림픽 직전 친선 럭비 경기를 벌인 뒤 제재를 받지 않자 아프리카 28개국이 올림픽에 불참했다. 냉전 여파로 1980 모스크바올림픽 때 서방 진영에서, 84 LA올림픽에선 공산 진영 국가들이 대거 불참했다.

88올림픽 이후 단체 보이콧은 없어졌다. 다만 환경, 인권 등에 따른 보이콧 신경전은 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소수 민족 인권 탄압, 팬데믹 책임 등을 이유로 선수가 아닌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을 거부한 ‘외교적 보이콧’이 처음 나왔다. 독일 뮌헨 주민들은 적자 우려,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2022 동계올림픽 유치를 집단 반대했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하계 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보이콧을 유도하는 영상을 집중 퍼뜨리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라기 보다는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따른 고물가와 숙소 문제가 심화하는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 한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이 열릴 센강 수질 악화 우려도 올림픽 거부감을 높이고 있다. 하필이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인기를 끈 영화 ‘센강 아래’가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앞두고 센강에 상어떼가 출몰해 공포감을 주는 내용이다. 보이콧 운동이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만 올림픽 개최가 국가적 경사로 환영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각종 구설을 딛고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제전이 됐으면 싶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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