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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앙아시아로의 경제안보망 확충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중앙아시아. 이곳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와 유럽,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비단길이 지나던 문명의 교차로다. 지금은 평균 연령이 27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일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차세대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주요 국가들은 연신 중앙아시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지난해 9월과 5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열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면서 지리적으로도 요충지라는 중앙아시아의 이점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대체 공급, 희소 금속 생산, 물류망 재편 등의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주 진행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정상 순방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중앙아시아의 잠재력을 우리 것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사절단은 공급망, 에너지, 플랜트 분야 등에서 ‘탄·탄·한’ 경제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첫 순방국인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 투르크메니스탄과는 대규모 가스전과 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 협력을 강화했다. 총 6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3개 사업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아시아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중앙아시아 내 우리의 최대 교역·투자국인 카자흐스탄과는 공급망 중심 협력을 강화했다. 카자흐스탄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 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이번에 체결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핵심 광물 공동 탐사에서 경제성이 확인될 경우 제3국보다 앞서 개발·생산 등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세계적 자원 부국인 우즈베키스탄과도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 지질 분야 협력 MOU 등을 체결했다. 여기에 42량 고속철 차량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속철을 최초로 수출하는 뜻깊은 사례로서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우즈베키스탄과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발 협력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한도를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확대하고 고속철, 공립학교 정보통신기술(ICT) 기자재 공급 등을 위한 차관 제공 계약도 체결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 제고와 함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즈베키스탄 대표 유적지인 사마르칸트의 아파르시압 궁전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명 그려져 있다. 비행기도 자동차도 없던 7세기에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역만리까지 진출했던 우리 선조들의 적극적인 대외 전략을 되새기면서 이번 순방이 1400여 년을 이어온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역사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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