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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단절 상징”… 북, 군사분계선에 방벽 건설 정황

장호진 “DMZ 작업 지켜보는중”
러엔 포탄 480만개 보내며 밀착

입력 : 2024-06-17 00:03/수정 : 2024-06-17 00:03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초소. 북한 군인들이 진지 구축 공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연이어 물리적 연결고리를 끊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방벽을 설치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은 앞서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전술적인 실익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조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근 MDL과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MDL 북쪽 2㎞ 지점) 사이 일부 지역에서 방벽으로 보이는 시설물을 짓는 정황이 잡혔다. 당장은 전차 등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시설을 곳곳에 세우고 방벽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이 이 시설을 ‘베를린 장벽’처럼 동서로 길게 쌓아 일종의 국경선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9일 삽·곡괭이 등 작업 도구를 소지한 북한군 수십명이 중부전선 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돌아간 것도 이런 작업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연합뉴스TV에 나와 “요즘 북한이 DMZ 안에서 불모지 작업을 하거나 전술도로를 복원하거나 지뢰 매설을 계속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방벽 공사를) 더 할지 지켜본 후에 장벽 설치나 대남 절연 등과의 연계성 문제를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지난해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칭한 이후 계속된 물리적 차단 조치의 하나라고 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만약 장벽이 만들어진다면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확실히 단절한다는 상징성을 부과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1970년대 동독도 ‘하나의 민족 두 국가’를 얘기하다가 완전히 다른 민족이라고 선언하면서 베를린 장벽을 높였다”며 “북한도 그런 것을 다 감안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에 지뢰를 매설했다. 모두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적인 장소다. MDL 지뢰 매설과 장벽 건설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을 향해 보란 듯 행해지는 북한의 이런 조치들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남한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설명하는 대신 이런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 어느 때보다 밀착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최소 1만개의 컨테이너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보내진 것을 포착했다”며 “여기에는 최대 480만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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