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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놀자” 청소년 탈선 부추기는 악덕 상혼

DJ가 “다리 예쁜 친구” 몸매 품평
“술 판매 안 하니 문제 없어” 홍보
디스코 팡팡부터 청소년 클럽까지
청소년보호법 사각지대 숨어 영업

입력 : 2024-06-17 00:02/수정 : 2024-06-17 14:08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4시쯤 서울의 한 디스코팡팡 업체. 13~18세 청소년들이 2~3명씩 짝을 지어 입장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15명 정도가 모였다.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이들은 키오스크에서 탑승권을 구매한 뒤 차례를 기다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DJ 3명이 디스코팡팡 기구를 운영하고 있었다. DJ는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알은척했다.

학생들이 기구에 모두 올라타자 실내 조명이 꺼졌다. 곧바로 싸이의 ‘연예인’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디스코팡팡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DJ들은 마이크를 통해 여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하기 시작했다.

일부 DJ는 ‘롱다리’ ‘옷이 꽉 낀다’는 식으로 여성의 몸매를 지칭하는 발언을 했다. 함께 탑승한 이성 간 접촉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김모(15)양은 “DJ들이 ‘다리 예쁜 친구 앞으로 나와봐’라는 식의 말을 원래 자주 한다”며 “부끄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김포에 있는 한 청소년 클럽도 비슷한 논란을 빚었다. 청소년만 드나들 수 있는 이곳은 ‘미친텐션의 청소년 클럽, 중학교 2학년∼고등학교 3학년 입장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업소는 SNS에 “오후 10시면 출입이 제한돼 아쉬우셨지요. 이제 새벽 3시까지 신나는 EDM 들으면서 놀자”는 글을 올리며 홍보했다.

이 클럽은 청소년들이 식탁이나 의자에 올라가 춤추는 동영상을 SNS에 업로드했다. 그러면서 “술은 판매하지 않고 경찰이 사업자등록증까지 확인해 전혀 문제가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업체들은 법 사각지대를 활용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PC방과 노래방, 오락실 등은 오후 10시부터 청소년 입장이 제한된다. 그러나 김포 청소년 클럽은 이 법을 피해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냈다. 이에 따라 새벽에도 청소년들이 클럽을 찾을 수 있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은 음향시설을 갖출 수 없다. 고객이 업소에서 춤추는 것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김포시 측은 최근 이 클럽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리는 절차에 들어갔다.

청소년이 주로 찾는 디스코팡팡 업체 역시 관광진흥법상 일반유원시설업에 포함돼 청소년보호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유해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무분별한 성희롱, 신체 접촉 등이 벌어져도 관리나 감독할 명분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경기 수원의 디스코팡팡 업소에선 미성년자들에게 입장권을 강매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직원 12명이 구속됐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되지 않은 업체라도 청소년들이 자주 가는 업소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단속이나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공간에서 일탈이나 비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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