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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어리둥절한 야구의 인기

김민영 문화체육부 기자


가성비 좋은 놀이공간, 여심 저격 등으로…
KBO와 구단 자족하면 반짝인기 그칠 것

요새 야구 인기가 뜨겁다. 주변에서 온통 야구 얘기이고 최근에 야구를 담당하게 됐다고 하니 공짜 표 구할 수 없느냐는 청탁도 곳곳에서 들어온다. 그러나 이제 공짜 표 남발하던 시대는 지났다. 야구장 입장권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선수,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일 정도로 야구는 명실상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 15일 올 시즌 개막 후 345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12년(332경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추세다. KBO리그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뒤 가장 빠르다. 종전엔 2016년 425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넘었다. 이 추세면 역대 최다인 900만 관중뿐 아니라 꿈의 1000만 관중 시대도 가능할지 모른다.

왜 이렇게 야구 인기가 치솟을까. KBO뿐 아니라 야구인들조차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추측만 할 뿐 제대로 된 이유를 알지 못해 다들 어리둥절해한다”고 말했다.

몇 가지 이유를 추려보면 이렇다. 먼저, 전통적인 인기 구단의 올해 성적이 좋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등 팀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15일 기준 나란히 1~4위에 자리하고 있다. 또 한화 이글스(대전), 롯데 자이언츠(부산) 등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지방 연고 팀도 김경문(한화) 김태형(롯데) 등 베테랑 감독이 부임해 팀 색깔을 바꿔 놓으면서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귀환도 한화를 전국구 팀으로 변모시키는 데 한몫했다.

성적과 관중 유치는 상관관계가 있다. 올해 10개 구단 평균 관중은 1만4558명이다. 지난 시즌 구단별 홈 동일 경기 수 대비 관중이 31% 증가했다. LG가 평균 관중 1만8151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두산(1만7891명) KIA(1만7766명) 삼성(1만6383명) 롯데(1만6277명) 등 순이다. 매진 인원 1만2000명의 한화는 평균 관중 1만1568명으로 좌석 점유율 96.4%를 기록 중이다.

둘째, 야구장이 가성비 좋은 데이트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주말 영화표 가격은 1장에 1만5000원이다. 남녀가 영화 보며 팝콘과 음료를 먹으면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야구장은 위치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트인 공간에서 소리지르고 먹고 마시기에 야구장만 한 곳이 없다. 테이블석의 등장도 연인과 가족 단위 관중의 유입을 이끌었다.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셋째, 숏츠(짧은 영상) 등 SNS 콘텐츠 노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올 시즌부터 야구팬은 누구나 40초 미만의 숏츠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KBO리그 경기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활용할 수 없었다. 각종 영상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젊은이들이 야구장을 찾고 싶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넷째, 20·30대 여심(女心)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하다. 야구장에서 유니폼 갖춰 입은 젊은 여성 관중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선수들을 아이돌 그룹처럼 대한다. 야구팬이 팬덤화한 것이다. 이런 여성 관중의 증가는 ‘구매력’ 측면에서 남성 관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여성 유입으로 남성 관중도 따라 늘어나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그러나 인기는 언제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미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반짝인기에 그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제각각이듯 야구팬을 붙잡아 두려면 KBO와 구단들이 할 게 많다. 인기 요인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KBO뿐 아니라 구단들도 관중이 누구와 함께 오고 재방문율은 어떤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야구의 최대 경쟁자는 (해외)여행일 수 있다. 팀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경기의 흥미가 떨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관중이 야구장을 떠나지 않도록 궁리해야 한다.

김민영 문화체육부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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