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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기업 경영 패러다임 전환 이끈 아마존… 핵심은 ‘고객 중심성’

아마존 CEO 베이조스의 리더십


창업 이래 쉼없이 사업 분야 확장
대규모 고객의 다양한 수요 충족
손실 감수하고서라도 적극 투자

100년 만에 처음 보는 기업 경영의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고객 중심성으로 불리는 패러다임이다. 이 새로운 물결은 20세기 초 포드 등에 의해 대량 생산이 등장한 이래 최대의 변화다. 고객 중심성은 대규모 고객의 다양한 개인별 수요를 각기 다르게 충족시키려는 접근이다. 이 역사적 전환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경영자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다. 1994년 저가 온라인 책방으로 출범한 아마존은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온라인 책방에서… 끝없는 사업 확장

아마존은 창업 이래 끊임없이 사업 분야를 확장해 왔으며 2000년부터는 자신의 온라인 마켓에서 다른 회사 상품들을 팔 수 있도록 하면서 플랫폼화를 시작했다. 2000년에는 저가 우주여행 업체인 블루오리진을 창업했고 2002년에 아마존웹서비스라는 개방형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로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앱 서비스를 초저가에 공급했다. 2005년에는 아마존 프라임을 시작해 연회비를 내는 고객들에게 이틀 내 무료배송 등의 특별 서비스를 제공했다.

2007년에는 전자책인 킨들을 출시해 언제 어디서나 수백 권의 책 파일을 내려받아 읽고 아마존 상품들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며, 2014년에는 음성작동 개인용 비서인 에코를 출시했는데 탑재된 AI 알렉사를 통해 모든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에 아마존은 고급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고소득 고객군을 확보했으며 2021년부터는 홀푸드 고객들이 손바닥만 스캔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서비스도 출범했다. 2016년에는 아마존고라는 무인편의점을 시작했는데 고객들이 필요한 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얼굴과 상품을 인식해 대금이 결제되었다.

이 외에도 아마존은 엔터테인먼트,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 온라인헬스케어 등 무수한 사업들에 끊임없이 진출해 왔다. 일부만 봤는데도 아마존은 관련성 없는 사업들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는 문어발 기업처럼 보인다. 선택과 집중 전략과 정반대 방향을 지향해 온 아마존의 경쟁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고객 중심 에브리싱 스토어

그 비밀은 모든 사업이 고객 중심성이라는 공통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조스의 고객 중심성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고객 각자의 수시로 변하는 수요를 파악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고객 각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아마존은 킨들과 알렉사 등을 총동원해 수억 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행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 등으로 아마존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쉽게 찾아 신속하게 배달받을 수 있는 고객 중심 모든 것 가게로서 유통업에 혁명을 일으켰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

고객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가진 베이조스는 모든 비용을 극단적으로 아끼지만 고객 서비스에는 투자를 서슴지 않으며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상시 초저가로 상품을 판매한다. 수익의 거의 전액을 계속적 가격 인하를 통해 고객에게 환원하거나 혁신에 투자한다. 따라서 아마존의 기업 가치는 세계 최고이지만 개별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킨들과 알렉사도 출범 후 상당 기간 적자였고 드론 배달 서비스도 수익성은 없지만 기존 배달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오지의 고객들에게 필요하다며 과감히 투자했다.

아마존은 개방과 공유를 통한 생태계 플랫폼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알렉사 등 모든 혁신 기술의 소스코드를 외부에 개방해 마음대로 고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아마존은 전체 생태계의 플랫폼이 되었다. 베이조스는 장기 혁신을 강조하며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파괴하는 혁신에 적극적인데, 아니면 경쟁자가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마존은 현재 수익이 아닌 미래 고객을 추구하는 것이다.

조직 관리에서 베이조스는 속도와 끝장토론을 강조한다. 회의에서 형식주의를 초래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 사용을 불허하고 피자2판팀으로 잘 알려졌듯 꼭 필요한 소수 인원만 모여 집중적으로 토론한다. 회의는 고함까지 지르며 상하 구분 없이 치열하게 진행되는데 일단 결정되면 철저히 받아들여 즉시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 100년의 기업 경영사에서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경영의 패러다임을 가장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사람으로 꼽힌다. 베이조스가 기자회견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파이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의 경영 과정은 기업의 목표가 아닌 고객의 수요에서 출발한다. 아마존은 ‘역방향 일하기의 핵심 질문’에서 모든 사업은 다섯 가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구체적으로 누가 우리 고객인가? 둘째, 그 고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셋째, 그 문제 해결을 통해 고객에게 기대되는 핵심 이익이 명확한가? 넷째, 그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다섯째, 그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고객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즉 베이조스의 머리는 수익이 아닌 고객으로 꽉 차 있으며 이 투철한 고객 중심성이 아마존을 지난 100년간의 대량 생산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세계적 기업으로 급성장시킨 것이다.

아마존의 잠재적 성공의 덫

아마존이 미래에 당면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 위기는 무엇일까. 아마존의 성공방정식인 디지털 기술이 거꾸로 위기 원인인 성공의 덫이 될 수도 있다.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환경에서는 기존 상품과 고객들에 대한 데이터로 고객의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자동화 서비스업의 선두 주자인 GAVS는 역설적으로 “고객으로부터의 직접 피드백이 없는 디지털 데이터 분석은 숫자로 표현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객과의 대면 접촉을 강조한다. 베이조스가 귀 기울여야 할 충고다.

이런 잠재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세상을 바꾼 위대한 비전과 경영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베이조스는 자기 묘비에 고객 중심성을 전파한 사람으로 새길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비전에 헌신해 왔다. 아마존보다 진짜 우려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다.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20세기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지난 10년을 제자리걸음해 왔다. 역사의 심판은 과거에 발목 잡힌 기업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우리 경영자들이 기억하기 바란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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