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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매각설에 최태원 회장 고민 빠져드나

최 회장, “사익 편취 가능하지 않다”
실트론 매각 시 사익 추구 논란
실트론 사건 대법원 계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항소심 판결에 따라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SK실트론 지분 매각에 들어갈 경우 ‘자기부정’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실트론 지분 매입을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에 “중국 등 해외자본에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논리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개인 송사를 해결하려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검토할 경우 자신의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7년 11월 경제개혁연대의 신고 후 약 4년간 조사 끝에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최 회장이 잔여 지분 인수 의사를 보이자 SK 측이 합리적인 검토 없이 양보했고,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SK㈜가 2017년 LG㈜로부터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도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2535억원에 사들였다.

최 회장과 SK 측은 공정위 조치에 불복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최 회장 측은 SK의 재무 상황을 고려했고, 국익에 도움이 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논리를 펼쳤다. 실트론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어 중국 등 해외자본에 지분이 넘어가면 기술 유출 위험이 있었다는 논리였다. 실제 2017년 4월 실트론 지분 공개경쟁입찰 당시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발판 삼아 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추진했다.

최 회장은 2021년 12월 이례적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중소기업에 무상 기술이전을 통해 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면서 “회사가 총수 개인에게 막대한 이익을 얻게 해주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서울고법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모두에게 공개된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중국 투자자와 경쟁 끝에 최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면죄부를 받았지만 만약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자신이 편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관련 사건은 현재 공정위 상고로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사익편취 논란을 빠져나가기 위해 펼쳤던 논리가 현재 자신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의 자산 가치를 약 75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최 회장이 지분 매각에 들어가더라도 대주주 요건을 적용받아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27.5%),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관련 질권 설정 해제 비용 등을 제외하면 약 3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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