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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미 덤핑에 국내 수출기업 물류대란

미 무역제재 심화 전 ‘밀어내기’
단기 계약 중소기업들 타격 커


자국을 향한 무역제재 심화를 예상하는 중국이 미국 및 그 주변국으로 보내는 화물량을 늘리면서 한국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북미로 가는 컨테이너선이 한국에 오기 전 중국을 들르는 탓에 한국 수출기업이 만든 물건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해운사들의 우량 고객인 대기업과 비교해 화물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도 물건을 보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에 놓였다.

홍해 사태, 파나마 운하 운항 차질 등으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 중국의 북미향 덤핑 수출까지 더해지며 바다 위 컨테이너 시장 혼란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13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95.2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9.5와 비교해 114% 상승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대중 무역제재 심화를 상수로 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의료품,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기존 25% 안팎의 관세를 8월부터 최대 100%로 높이겠다고 했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벼르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생산한 제품을 무역제재가 더 강화하기 전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대미 우회 수출이 가능한 멕시코 캐나다 등으로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멕시코로 보낸 컨테이너 수는 20피트 기준 88만1000개로, 전년(68만9000개)과 비교해 27.8% 늘었다.

중국이 북미로 보내는 컨테이너 수가 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 중국 한국 선주가 컨테이너선을 같이 쓰기 때문에 중국 물량이 늘면 그만큼 한국 제품을 선적할 공간이 줄어든다. 북미향 컨테이너선은 보통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들른 후 한국 부산항을 거쳐 태평양을 건넌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크다. 운송량이 많은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에 기초해 해운사와 연 단위 장기 계약을 맺는다. 반면 화물량이 적은 기업들은 수출할 때마다 단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 철강업체 A사는 “중국발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소기업은 수출 선복(화물을 싣는 장소)을 적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철강 제품은 중량이 많이 나가다 보니 컷오프 1순위”라고 토로했다.

수출할 제품이 제때 목적지로 가지 못하면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부산항 터미널은 수출 컨테이너 반입 허용일을 선적 예정일 3~4일 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적재 공간 부족으로 화물을 예정된 일정대로 보내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항만 인근 외부에 화물을 자체 보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때 보관료, 상·하차비, 운송료 등 비용이 컨테이너당 약 15만원이 발생하며 선적 지연 하루당 2~3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부터 물류 정상화 시점까지 ‘수출입 물류 애로신고센터’를 가동한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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