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미국 경찰판 ‘스포트라이트’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실화에 바탕을 뒀다. 이 기사를 실제 보도한 보스턴글로브지의 탐사취재팀인 스포트라이트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15년 개봉된 영화도 호평을 받았다. 다음 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론지 워싱턴포스트(WP)가 또 다른 거대한 권력의 이면을 파헤쳤다. 이번엔 경찰(보안관 포함)이다. WP는 1년여의 탐사취재 결과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경찰 등 법 집행관 최소 1800명이 아동 성 학대 관련 범죄로 기소됐다고 12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대부분 10대인 피해자들을 체포·폭행하겠다고 위협하거나 환심을 사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강간,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중 47명은 경찰서장 등 법 집행기관 최고책임자였다. 상당수 경찰국장은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범법 경찰관을 두둔했다. 검사, 판사도 법 집행 업무의 동료라는 잘못된 ‘연대의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도왔다. 경찰관이 미성년자와의 성적 접촉으로 경찰에 고발되었지만 단순 폭행이나 공무집행 방해와 같은 비(非)성범죄로만 기소된 사례도 많았다. 그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성 학대 경찰관의 40%는 실형을 면했다.

보스턴글로브와 WP의 탐사보도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첫째는 가톨릭과 경찰이라는 ‘악의’를 의심할 수 없는 사회적 권위나 권력의 어둠을 파헤쳤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차마 그것을 지적하지 못하는 금기에 도전하는 행위다. 용기와 함께 흠잡을 데 없는 취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는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아동, 그리고 가장 피해자가 털어놓기 주저하는 성 학대 사건에 메스를 들이댔다는 점이다. 한국도 경찰관, 복지 담당 공무원, 사회봉사 단체 종사자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간간이 드러난다. 실상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